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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피해 두 아이 안고 뛰어내린 부부…아이 지킨 아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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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성탄절인 25일 새벽 아래층에서 발생한 화...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성탄절인 25일 새벽 아래층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해 어린 자녀를 살리려 품에 안고 뛰어내린 30대 아버지가 끝내 숨졌다. 마지막까지 함께 살던 부모와 동생을 대피시키던 30대 남성도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새벽 4시57분 서울 도봉구 방학동 21층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 바로 윗집에서 7개월·2살 배기를 키우던 부부는 구조를 기다렸지만 여의치 않자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남편 박아무개(32)씨는 7개월된 둘째를 안고 뛰었고, 부인 정아무개(34)씨는 2살배기 첫째를 재활용 쓰레기봉투 더미 위로 던진 뒤 뛰어내렸다. 추락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남편 박아무개(32)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아내 정씨는 어깨 탈골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아이 둘도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10층에 살던 임아무개(38)씨도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는 부모와 남동생을 먼저 피신시킨 뒤 마지막에 빠져 나오다가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임씨가 이번 화재의 ‘최초 신고자’라고 밝혔다.  유족은 “같이 나오다가 (숨진) 아들이 연기를 좀더 마셨고, 나머지는 덜 마신 것 아니겠느냐”며 “(임씨) 어머니와 동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정사진도 미처 준비되지 못한 빈소에선 임씨 아버지가 오열하며 “우리 아들 어떡해, 어떡해”만 반복했다.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현장 주민들은 새벽에 ‘펑’ 소리와 함께 금세 불이 고층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찾은 아파트 외관은 2층부터 11층까지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이날 화재로 박씨를 포함한 30대 남성 2명이 숨졌고, 70대 여성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주민 20여명은 연기 흡입 등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불이 난 집에서 구조된 70대 부부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5층 주민 송아무개(54)씨는 “화재 경보음도 크게 울리지 않았고, 불이 한참 타오르고 연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야 대피 방송이 나왔다”며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한 연기가 몰려와 오히려 위험해 보여 집으로 돌아와 구조를 기다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가족들과 오늘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너무 무서운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성탄절에 주민들은 갑작스레 이재민 신세가 됐다. 도봉구청은 피해 주민을 위해 주변 3개 모텔 10개실을 임시거주시설로 마련했다. 김밥 등 도시락과 함께 장갑·속옷·담요·트레이닝복·비누·화장지·수건·베개 등이 들어있는 구호물품도 배포됐다. 

이날 화재는 발생 3시간여 만인 8시40분께 완전 진화됐다. 소방과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곽진산 기자 김가윤 기자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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