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비행기 탑승구까지 직원 보내 유학생 출국 감시

한신대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시키는 과정에서 교직원과 경비용역 직원들을 비행기 탑승구까지 동행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혹시 있을지 모를 유학생들의 저항이나 이탈을 막기 위해 본인 이름으로 항공권을 구매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감시·통제 인력을 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신대는 교직원과 통역자, 경비용역 직원 등 비행기에 타지도 않을 16명의 항공권을 구매했다가 취소하는 편법을 썼다. 모든 상황이 학생들이 자진 출국했다는 학교 쪽 설명과 배치된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신대는 11월27일 오후 4시20분에 출발하는 싱가포르 직항 비행기 16장을 샀다가 취소했다. 16장은 한신대 교직원, 경비업체 직원, 우즈베키스탄 통역사 명의로 된 티켓이었다. 이들은 구매한 비행기표를 이용해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과 함께 출국장에 들어갔고, 미리 유학생들 이름으로 예매해 둔 타슈켄트행 항공기의 탑승구까지 동행했다. 교직원 뿐 아니라 10여명의 경비용역 직원들까지 동행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안내나 인솔 차원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들은 4시40분에 출발하는 타슈켄트행 비행기에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22명이 모두 탑승을 마치는 순간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비행기가 이륙하고 1시간 쯤 지난 오후 5시51분에야 역사열(출국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에 들어간 이가 다시 출국장에서 돌아오는 것) 절차를 밟아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실제 탑승구 앞에서 한 우즈베키스탄 학생이 찍은 영상을 보면, 검은색 옷을 입은 경비업체 직원들이 학생들이 비행기에 타는 것을 지켜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비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학생들에게 “한줄로 서라”며 지시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은 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은 한겨레에 “우리가 정말로 자진해서 출국했다면 왜 경비업체 직원들이 비행기 탑승구 앞까지 따라왔겠느냐. 학교가 뻔뻔스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신대가 교직원과 경비업체 직원이 출국장까지 따라 들어간 사실을 숨기려고 한 정황도 있다. 앞서 한신대는 한겨레와 주한우즈베키스탄대사관 등에 학생들의 출국 과정이 담긴 영상을 제공했는데, 이 영상에는 학생들이 출국 심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장면까지만 나올 뿐, 탑승구까지 교직원과 경비업체 직원이 따라가 학생들을 감시하는 장면은 담기지 않았다. 한신대는 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협박하는 장면이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모습은 삭제한 뒤 영상을 언론과 대사관에 제공하기도 했다.

앞서 한신대는 한겨레의 관련 보도가 나간 12일 오후 대학 홈페이지에 ‘어학당 학생 출국 관련 기사에 대한 학교 입장’이란 공지문을 올려 “출국 과정에 억압 행위는 없었다. 출국 여부를 (학생들) 자율에 맡겼고 실제로 돌아가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며 출국이 학생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희 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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