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요사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성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주검은 자승(69)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것으로 경찰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조계종은 그가 스스로 분신해 입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칠장사 요사(승려가 머무는 숙소) 화재 현장에서 29일 발견된 사망자는 자승 전 총무원장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현장 폐회로티브이(CCTV) 분석, 사찰 관계자 진술, 휴대전화 위치값 등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경찰은 수사 절차에 따라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디엔에이(DNA) 감정 등을 진행 중이다.
경찰이 확보한 시시티브이 화면에는 화재 당시 요사에 다른 출입자는 없었다고 한다. 화면에는 오후 3시10분쯤 차량을 몰고 칠장사를 찾은 자승 전 총무원장이 1시간쯤 뒤 플라스틱 통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요사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저녁 6시50분 요사가 화염에 휩싸였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진화가 끝난 뒤 119 구조대원이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은 화재 현장 인근 자승 전 총무원장의 차 안에서 발견한 2쪽 분량 메모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필적감정도 할 예정이다. 메모에는 각각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다. 이 건물은 상자들이 복원할 겁이다. 미안하다”는 글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부터 칠장사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다만 경찰은 최근까지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해온 자승 전 총무원장이 돌연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종단 내부의 목소리도 있어 다른 가능성도 열어 두고 수사할 방침이다.
조계종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죽음과 관련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진우 총무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12월3일까지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살 때인 1972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2년 뒤 범어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자승이란 법명은 첫 스승이었던 경산 전 총무원장(3·9대)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후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거쳐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에 임명돼 종단 행정업무를 시작했다. 1992년 10대 중앙종회 의원으로 선출된 뒤 중앙종회 사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아 경력을 쌓았다.
55살 때인 2009년 9월 역대 최다 득표로 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뒤 34대까지 8년을 총무원장으로 재임했다. 퇴임 뒤에는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에 해당하는 불교광장 총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등을 맡으며 조계종의 주요 의사 결정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이 때문에 종단의 막후 실세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다비는 스님의 소속 본사인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 연화대에서 거행된다.
이정하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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