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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아이’ 꿈꾸다…전국이 ‘대관람차 무덤’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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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 있는 삽교호 대관람차 모습.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인생샷’을 건지려는 엠제트(MZ) 세대 사이에서 인기 관광지가 됐다. 당진시 제공 ☞한겨레 뉴스레터 H:730...

충남 당진에 있는 삽교호 대관람차 모습.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인생샷’을 건지려는 엠제트(MZ) 세대 사이에서 인기 관광지가 됐다. 당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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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대관람차 설치 붐이 일고 있다. 강원 속초, 경남 사천 등 일부 지역의 대관람차가 레트로(복고) 열풍 속에 큰 인기를 끌자 ‘장사가 된다’는 인식이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확산된 결과다. 하지만 2010년대 반짝 인기에 편승해 전국 각지에 들어선 ‘출렁다리’처럼 시간이 지나면 찾는 사람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충청·영남·강원 이어 수도권도 ‘붐’

최근의 대관람차 붐에 열기를 더한 건 충남 당진의 삽교호 대관람차다. 1993년 대전 엑스포 때 설치됐다가 8년 전 ‘고철 가격’에 팔려 삽교호로 옮겨진 대관람차는 최근 ‘인생샷’을 건지려는 엠제트(MZ) 세대 사이에서 ‘논두렁 뷰 대관람차’ ‘인스타 핫플’로 떠오르며 인기 관광지가 됐다. 지난해 충남 지역 내비게이션 검색 데이터 1위를 차지하는 등 연간 50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이처럼 대관람차가 인기를 끌자 이를 따라 하려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충남 보령시는 원산도에 대관람차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 자본 205억원을 유치해 높이 84m에 이르는 대관람차를 설치할 계획이다. 충북 제천시는 200억원을 들여 청풍호를 조망할 수 있는 높이 65m 대관람차를, 세종시는 최민호 시장의 공약인 금강변 대관람차를 추진하고 있다.
충남 당진에 있는 삽교호 대관람차 모습.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인생샷’을 건지려는 엠제트(MZ) 세대 사이에서 인기 관광지가 됐다. 당진시 제공

영남과 강원 지역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화원관광지 안에 100억원 정도를 들여 높이 100m 규모의 대관람차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이용객은 18만명 수준으로 연간 19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도 민자 500억원을 투입해 높이 140m 규모의 대관람차를 설치하려고 한다. 영덕군 관계자는 “연간 75만명이 넘는 관광객 유입으로 1304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 515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원 춘천시도 의암호 주위에 민자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높이 110m 규모의 대관람차를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대관람차 ‘서울링’을 설치하는 사업은 지난 9월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링’은 하늘공원 부지 2만㎡에 사업비 4000억원을 투입하는 민간투자사업으로 2025년 착공, 2027년 말 준공이 목표다. 서울시는 연간 350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지난해 1월 송도 6·8공구 개발 청사진을 공개하며 인천대교가 보이는 바닷가에 대관람차 등을 갖춘 도심형 테마파크를 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관람차 ‘서울링’ 조감도. 서울시 제공

■ 철거 위기 직면한 ‘속초아이’

하지만 여러 지자체가 서둘러 대관람차 설치에 나서면서 후유증도 크다. 속초시는 지역 명물로 자리 잡은 대관람차 ‘속초아이’를 도로 철거해야 할 처지다.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특별감찰에서 위법 사항이 적발되자 속초시가 지난 16일 속초아이에 대한 허가 취소와 함께 대관람차 해체 명령 등 원상회복 조처를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행안부는 위락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자연녹지지역에 속초아이가 설치돼 있는 등 다수의 위법 행위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속초아이 조성을 위해 92억원을 투입한 민간사업자 쪽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분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링을 놓고선 시의회에서 세금 낭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재란 서울시의원은 “민간 자본 4000억원을 유치해 짓겠다던 서울링에 서울주택도시공사가 10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공기업인데, 민간 자본만 투입되는 것처럼 시민들을 속이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도 소미산 정상에 540억원을 들여 82m 높이의 대관람차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됐지만 지역 주민 등이 소미산 훼손과 경관 사유화 등의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경상북도와 영덕군, 민간업체가 2021년 1월 영덕군청에서 ‘영덕 대관람차(영덕아이) 투자유치 업무협약’을 맺는 모습. 영덕군 제공

■ 투자금 회수에만 수십년…‘지역 흉물’ 될 수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설 대관람차의 경제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관람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전국에 30개 정도의 크고 작은 대관람차가 운영 중이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관람차 자체가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투자금 회수하려면 수십년이 걸린다. 지자체마다 ‘킬러 콘텐츠’라면서 유행처럼 짓고 있는데 과연 냉철하게 경제성 분석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예전엔 성남 희망대공원, 인천 송도유원지 등에도 대관람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없어졌다. 춘천의 한 놀이공원에도 대관람차가 설치돼 있지만 지금은 운행하지 않고 멈춰 있다. ‘묻지마 대관람차’ 설치는 제2의 출렁다리와 케이블카가 될 수 있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로 커다란 시설인데 자칫 인기가 시들어 문을 닫으면 오히려 흉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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