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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라면·생수 쌓아놓던 시절 다시 오나”…접경지역 깊어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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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를 발사한 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23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2023.11.23 연합뉴스 ...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를 발사한 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23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2023.11.23 연합뉴스

“당장 난리가 터질까 싶지만, 불안하지 않다고 그러면 거짓말이지.”

23일 오후 경기 김포시 하성면 가금3리에서 만난 권영일(42)씨가 말했다. 가금3리는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인 황해도 개풍군과 마주 보고 있다. 마을에 있는 애기봉 조강전망대에 오르면 개풍군 해물선전마을이 훤히 보인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선언한 이날 오후 4시 50가구 100여명이 사는 마을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저쪽에서 당장 뭐 포를 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진 않겠지요. 근데 남북의 일이라는 게 브레이크가 한번 풀리면 모르는 거 아닙니까.” 권씨는 남북이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었다. 이 마을 토박이 이아무개(72)씨는 “9·19인지 뭔지가 합의되기 전에는 대남 방송 때문에 신경쇠약 걸릴 지경이었다. 요 몇년 멈춰서 살 거 같더니 다시 시작되는 거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는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하니 우리 정부가 그러는 거겠지만, 압박만 계속하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내륙 접경지역인 경기 동두천시 주민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보산동에 사는 이경렬(39)씨는 “더는 라면·생수 쌓아놓고 불안해할 일은 없겠다 싶었다”며 “저번 정부가 그래도 북한이랑 관계 만들어간 부분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이런 상황이 오니 씁쓸하다”고 했다.

경기 김포군 하성면 가금3리에서 바라본 애기봉 모습. 가금3리는 마을에 있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오르면 북한 황해도 개풍군이 훤히 보일 정도로 접경지역이다. 이승욱 기자

2010년 북한과 포격전이 있었던 연평도와 서해5도 어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더 크고 깊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연평도에서 남과 북의 포격전이 벌어진 지 꼭 13년이 되는 날이었다. 장태헌(70) 서해5도 어업인연합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요 몇년간 남북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어도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때와 같은 위기는 없지 않았냐”며 “평화 무드에 익숙해졌던 어민들이 다시 포 사격을 주고받던 옛날로 돌아갈까 불안해한다”고 했다.

실제 서해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어민들은 조업 중단 등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백령도에서 까나리잡이 어선을 운항하는 김진수(66) 선장은 “봄이 되면 까나리·꽃게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텐데, 북한이 무력으로 액션을 취하면 해경이 조업을 허가하지 않을 거란 얘기가 어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했다.

김포 동두천/이승욱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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