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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도시 역사성 존중”한다더니…광주 북동 재개발 ‘전면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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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북동 재개발사업에 처음 도입한 사전공공기획제도에 대해 시민들의 불신이 쌓이고 있다. 사전공공기획에서 제시한 ‘전면 철거 뒤 기존 상인에게 우선 임대·분양’이란 절충안에...

광주광역시가 북동 재개발사업에 처음 도입한 사전공공기획제도에 대해 시민들의 불신이 쌓이고 있다. 사전공공기획에서 제시한 ‘전면 철거 뒤 기존 상인에게 우선 임대·분양’이란 절충안에 대해 기존 재개발 방식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북동 주민 40여명이 구성한 ‘북동을 지키는 사람들’은 최근 상업구역인 북동이 원래 기능을 잃지 않도록 금남로부터 30m 안쪽까지는 정비구역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구역에 대해선 재개발사업추진위원회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금남로 변까지 정비구역을 설정하고 용적률(기존 406%)을 높여 가구 수를 늘려달라고 맞서는 상황이었다.

올해 2월 꾸려진 사전공공기획단은 도로변까지 정비구역으로 정해 건물을 전부 철거한 뒤 새로 지은 상가 건물의 입주권을 기존 도로변 상인들에게 우선 지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아파트 1∼2단지 사이에 공공상가단지를 만들어 나머지 상인들에게 분양하거나 임대하고, 근대 건축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옛 광주기계 공장 건물과 북동성당(광주시기념물 제25호)은 보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전공공기획단은 앞서 광주시가 2020년 10월30일 발표한 ‘광주 도시·건축 선언’에 따라 꾸려졌다. 선언에는 “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수준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미래 도시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사전공공기획단이 꾸려지자 시민사회는 반겼다. 소수 의견을 무시하고 수익성이란 잣대에 맞춰 진행되어온 기존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기획단이 반대 쪽 주민, 추진위 등과 세차례 면담을 진행하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광주 금남로 끝자락에 있는 북동은 2005년부터 재개발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주민 간 찬반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2018년 1월 재개발사업추진위가 정비구역 지정 제안을 하며 급물살을 탔다. 수창초등학교 일대 13만6250㎡ 터에 지상 20~45층 23개동 2956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광주 북구는 주민설명회, 구의회 의견 청취 등을 거친 뒤 2021년 2월 북구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조망권·바람길 등을 고려해 40층 이하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광주시에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했다. 광주시 경관위원회는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네차례 심의를 진행한 끝에 정비계획을 세우기 전 사전공공기획단의 자문을 받으라며 ‘조건부 의결’을 했다.

하지만 사전공공기획단이 제시한 ‘전면 철거 뒤 기존 상인에게 우선 임대·분양’이란 절충안에 대해 시민사회는 “기존에 진행되어온 재개발 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반발한다. 최석재 ‘북동을 지키는 사람들’ 대표는 “북동은 수십년 동안 고급가구점, 금융기관, 광주고용복지센터 등이 있었던 대표적 상업 거리”라며 “광주시는 거리 특색을 살리겠다고 해놓고 전부 철거한다고 한다. 돈 없는 주민들과 상인들은 쫓겨날 처지”라고 말했다.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사전공공기획제도를 통해 역사성이나 장소성은 유지했는지 몰라도, 수십년간 지역에서 터전을 일군 원주민은 소외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사전공공기획이 가진 권한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재개발사업은 재개발추진위가 주도하기 때문에 사전공공기획단이 정비구역을 임의로 설정할 순 없다. 양쪽 의견을 균형 있게 듣고 도시·건축 선언문을 반영해 역사성·문화성을 보존하고 상업시설 기능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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