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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아버지의 눈으로 본 5·18…몰래 보관한 사진 공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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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작가가 5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5·18 당시 시위 현장을 찍는 아버지와 자신을 그린 회화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필름을 발견하기 전까진 아버지가 ...

최재영 작가가 5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5·18 당시 시위 현장을 찍는 아버지와 자신을 그린 회화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필름을 발견하기 전까진 아버지가 왜 소심하게 사진을 모두 없애버렸을까 아쉬움이 있었죠.”

지난 5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만난 최재영(62) 작가는 43년 전 사진관을 운영했던 아버지 고 최병오(2001년 68살 작고)씨가 1980년 5·18 직후 광주 시내를 찍은 사진을 모두 불태운 모습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계엄사가 현상소와 집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며 필름을 모두 태웠다고 했다.

전남 해남이 고향인 최병오씨는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고 오지호 화백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1980년부터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옛 전남도청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백양사 사진관’을 운영했다. 같은 해 5월 ‘서울의 봄’에 이어 5·18이 일어나자 대학 1학년이었던 아들을 앞세우고 금남로, 옛 전남도청 분수대 일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 작가는 “우리는 시위대나 기자가 아니었으니까 자칫 (보안사 사복 요원 등으로) 오해받을까 봐 아버지가 내 뒤에 숨어 사진을 찍곤 하셨다”며 “잘 보존했다면 의미가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없앴으니 그동안 서운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바뀐 건 올해 5월30일 기일 때였다. 최 작가는 유품을 정리하다 처음 보는 필름 5통을 발견했다. 1980년 5월15일부터 22일까지 찍은 137장 분량이었다. 최 작가는 “아버지가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남긴 사진 8만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5·18 사진도 보관하셨는지는 이때 처음 알았다”고 했다.

고 최병오 사진작가가 촬영한 1980년 5월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인근 거리. 5·18기록관 제공

5·18기록관은 이날부터 3층 기획전시실에서 ‘1980년 5월 단상’을 주제로 기획전을 열어 최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최병오씨의 미공개 사진 20점을 공개했다. 수만 명이 모인 1980년 5월15일 옛 전남도청 앞 횃불시위, 시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시위대, 거리에 쓰러진 주검을 공중전화부스에 숨어 찍은 사진 등이다.

최 작가도 5·18 항쟁과 사진 찍는 아버지, 총알에 뚫린 사진관 유리창 등을 담은 회화작품 10점을 함께 선보였다. 주로 밝은 색채로 어린아이를 그렸던 최 작가는 물감과 모래를 활용해 빛바랜 컬러사진 느낌을 표현했다.

최 작가는 “고증을 철저히 해야 하니까 지난 두 달간 5·18 꿈을 꿀 정도로 밤잠을 설치며 작품 제작에 매달렸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5·18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전은 내년 3월10일까지 계속된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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