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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봉쇄’ 인태전략에…한국 ‘북-러 밀착’ 해법 꼬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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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일 안보실장회...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 공동 브리핑을 마친 뒤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이 북·중·러를 겨냥한 안보 분야에 더해 공급망·기술보호·공동연구·인공지능(AI) 등 경제와 첨단기술 분야까지 포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신 3국 이니셔티브(구상)’를 추진해 대북 압박 기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한편,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강도도 높였다. 한국은 북-러 밀착 속에 대중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끌려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 동안 3국 안보실장 회의를 했다.

이들은 회의 뒤 공동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 대응과 관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3국 안보실장 회의는 지난 8월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후속 조처로 열린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새로운 3국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사이버 범죄와 가상자산(암호화폐) 세탁 위협, 북한의 경솔한 우주 및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키바 국가안전보장국장도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인 부정한 사이버머니 활동에 대한 대처를 3국이 연계해 진행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와 연합훈련에 이미 합의한 3국이 북한의 외화 획득 차단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3국 안보실장은 북한 문제 외에도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 등 핵심 광물 분야 개발 협력 △기술 보호 네트워크 조기 출범 △가짜뉴스 공작 대응 등에도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는 전통적 의미의 안보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개발, 공급망 교란 등 경제 안보, 가짜뉴스나 해킹 등 사이버 안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며 “안보 위기의 양상이 다변화, 고도화될수록 3국 공조도 더욱 긴밀하고 촘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3국 밀착은 미·일과는 처지가 다른 한국에는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대중 관계에서 미국은 ‘봉쇄’가 목적이지만, 한국은 북·러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굳어지는 한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 항행의 자유를 동, 남중국해에서 지켜나갈 것”, “더 개방적이고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 “3국 해안 경비대 간 협력 심화” 등 미국의 국익에 관한 부분을 빠짐없이 언급했다. 한·미 안보실장은 별도의 양자 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뒤 내년 3월 안에 인도와 함께 3자 비공식 대화체를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 한·미·인도의 기술 협력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쪽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기류와 배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했지만 무산됐다. 한·중·일 정상회의 역시 연내 개최가 물거품이 됐다.

전문가들은 새 3국 이니셔티브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겨레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으니 공동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취지에서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북 제재로는 북한의 개발을 멈출 수가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이번 이니셔티브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무조건적인 3국 밀착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관리 강화를 위한 외교적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고 했다.

위 전 대사는 “(이번 회의를 통해) 대중국 포위망이 좀 더 강화됐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과 한반도 통일 추구는 우리만의 어젠다인데, 이해관계에 따라 (미, 일과는) 다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3국 안보실장들을 한남동 관저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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