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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린다는 고성 GP, 북과 거리 580m…복원이 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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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장비와 병력을 철수했지만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지피 외부 ...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장비와 병력을 철수했지만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지피 외부 모습. 군 당국은 철수한 남쪽 11개 지피 가운데 이 원형 보존 지피부터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성/사진공동취재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한 방송에 출연해 9·19 군사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하는 것에 대응해 “(한국군 지피 복원을) 당연히 해야 하고, 유엔사와 협의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분계선 이남 비무장지대는 유엔사령부(유엔사) 관할 지역이라 한국이 지피를 복원하려면 유엔사와 협의해야 한다.

유엔사는 지피 복원에 신중한 태도다. 유엔사는 지난 1일 북한의 지피 복원 등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언론 문의 답변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2021년 5월까지 유엔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한국군이 지피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북한군에 맞대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상황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파괴했던 지피 가운데 일부를 복원한다고 해서 한국도 지피를 복원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지상에 지피를 짓기보다는 고정식 무인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비무장지대 안에 여러 광학 장비들을 갖춘 풍선을 둘 수도 있다. 이 광학 장비들은 지상의 감시초소보다도 훨씬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나는 선택지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한국군이 북한의 행동에 맞대응하려고 하지 않길 바란다. 한국군은 주도성을 보이고 3보, 4보, 5보 앞을 내다볼 역량이 있다”고 주장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성사된 남북 지피 상호 철수 방안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18년 전 처음 제기했다. 2005년 7월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이던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한 월간지 기고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남북 간 지피의 상호 철수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지피 철수가 시기상조이며,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현대전의 성격을 놓고 볼 때 지피의 군사적 기능은 이미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지피의 조기경보 기능과 상대방 동태 감시 기능은 첨단·과학화된 군 장비를 통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으며, 특히 미래전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과학화된 장비로 이전해가는 것이 옳다. 인공위성을 통해 수백 ㎞ 밖에 있는 적의 움직임을 안전하게 살필 수 있는데, 굳이 젊은 장병들에게 위험을 무릅쓰며 지켜보라고 할 이유는 없다.…논의의 핵심은 지피의 숫자가 아니다. ‘비무장지대를 비무장화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 점만 분명히 한다면 논의가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남북 간 군사적 신뢰는 물론 상호군축과 평화구축의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6월 경기 연천 28사단 지피에서 김아무개 일병의 총기 난사로 장병들이 죽고 다치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총기 참사의 원인으로 지피의 고립되고 고된 근무 여건을 꼽았다. 지피 총기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휴전선에 감시관측장비를 갖추고 휴전선 경계부대를 뒤로 배치하고 기동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박진 의원 주장이었다.

강원 고성 보존 지피에서 바라본 북한 쪽 초소가 해금강을 배경으로 보인다. 북한 지피와의 거리는 불과 580m밖에 되지 않는다. 고성/사진공동취재단

지피의 군사적 용도는 △북한군 남침 조기경보 기능 △북한군 남침 시 1차 방어 △북한군 국지도발과 간첩침투 대응 등이다. 감시정찰기술의 발달로 지피 근무 병사의 육안 관측과 단거리 감시장비에 의존한 조기경보 기능은 효과가 떨어졌다. 한미연합군은 군사위성·정찰기 등의 감시정찰, 통신감청 등으로 북한군의 남침 조짐을 파악할 수 있다.

남침 시 1차 방어 기능도 제한적이다. 북한군은 한국군의 지피, 지오피 위치를 알고 있고, 전쟁이 벌어지면 이곳을 집중포격할 것이다. 개전 초기 최전방 방어 병력 40%가 죽거나 다칠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지금과 같은 전방 밀집형의 병력 배치와 지피 운용은 북한의 기습공격에 매우 취약하고 개전 초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는 우려가 군 내부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박근혜 정부 첫 국방장관에 지명됐다 사퇴한 김병관 전 한미연합부사령관은 △한국군이 첨단무기와 화력이 증강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많은 병력을 최전방에 집중 배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최전방 병력을 뒤로 재배치하면 전쟁발발 때 병력손실률이 40%에서 17%로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좋은 무기로 살아서 싸워야지 왜 병사들의 피를 강요하느냐’는 것이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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