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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했던 국힘 혁신위…오늘 ‘빈손 조기종료’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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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할 것으로 ...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의 거듭된 당 지도부·친윤계·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에도 당사자들이 꿈쩍 않고 버티는데다, 혁신위 내부의 갈등까지 불거지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린 끝에 조기 종료에 내몰린 모양새다.

한 혁신위원은 29일 한겨레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0일 혁신위에서 내는 안건이 마지막이라는 뉘앙스를 비쳤다. (당 주류가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안건을 기계처럼 내는 건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며 “내일 혁신위에서 불출마·험지 출마를 마지막 안건으로 의결하면, 그 후에는 백서를 정리하는 작업이 남는데 그게 1~2주 걸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혁신위원도 “인 위원장이 ‘마무리 수순으로 가자, 이제 백서를 만들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곧장 ‘활동 종료’를 선언하진 않겠으나, 더는 혁신안을 만들거나 제시하지도 않으며 사실상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혁신위의 공식 활동기한은 다음달 24일까지다.

이미 인 위원장은 지난 27일 예정돼있던 한국노총 방문을 갑자기 취소한 뒤 나흘째인 이날까지 두문불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임명된 인 위원장이 한 달여 만에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뜻을 내려놓은 건 당 주류 가운데 ‘용퇴’하겠다는 이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이 지난달 3일 당 지도부·친윤계·중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한 이후 혁신위는 이를 거듭 압박해왔다. 당 안팎에선 ‘왜 당장 정식 혁신안으로 의결해 당에 전달하지 않느냐’며 혁신위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혁신위는 “결단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그 나름대로 당사자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친윤계 장제원 의원이 관광버스 92대를 동원해 세를 과시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가자, 혁신위는 지난 23일 “일주일 시간을 주겠다. (변화가 없을 경우) 다음주(30일 혁신위에서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정식 의결해 당 최고위원회의에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이틀 뒤 지역구인 울산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며 ‘윤심’을 과시했다. 결단을 내리라는 인 위원장의 ‘최후통첩’에 ‘수용 불가’라고 응수한 것으로, 혁신위가 당 주류 즉 영남 기득권에 사실상 ‘완패’를 당한 셈이다.

설화와 내분을 자초해 혁신위 스스로 존립 기반을 허물어버린 측면도 있다.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풀 해법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은 나라님”이라며 혁신위의 입지를 앞장서 좁혔고, “윤 대통령 쪽에서 소신껏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정치적 독립성을 스스로 뒤흔들었다. 지난 26일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한 발언은 ‘패륜’ 논란에 휩싸이며 혁신위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지난 23일 김경진 혁신위원이 일부 혁신위원들에게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취지로 내놓은 이야기는 혁신위를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됐다. 이 발언으로 혁신위는 비정치인인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 사퇴설로 홍역을 치렀다. 이들은 김 혁신위원이 이런 얘기를 한 23일 혁신위 단체대화방을 나왔고, 김 혁신위원은 이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기현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혁신위를 앞세워 ‘생명 연장’을 한 것 아니냐”며 “인 위원장 임명할 ‘전권’을 주겠다고 한 김 대표가 (자신의 희생을 요구한다고) 이제 와서 혁신위를 빈손으로 마무리하게 만들면, 결국 비판은 김 대표가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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