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석열계와 당 지도부 등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두고 갈등을 표출해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만나 봉합에 나섰다. 일단은 다시 손을 맞잡은 모양새지만, 불출마 등 ‘용단’을 둘러싼 양쪽의 이견이 여전해 내홍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42분 동안 비공개로 면담했다. 이들이 공식석상에서 만난 건 지난달 23일 인 위원장이 취임한 지 25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향후에도 혁신위의 아이디어를 계속 전달해달라”고 요청했고, 인 위원장은 “당에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하겠다”고 답했다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의 거취 문제나, 윤 대통령 쪽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틀 전 인 위원장의 발언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쪽 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갈등 확산을 막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출마 여부를 둘러싼 양쪽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 면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의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는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이 변화를 원한다. 변화를 하려고 지금 좀 힘든 길을 걷고 있는데, 꿋꿋하게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라며 기존 요구를 거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와 당선자일 때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이날 “(인 위원장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는 통상적인 격려 차원일 뿐이며, 대통령에게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오인·확대해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인 위원장을 직격했다. 이 의원은 주요 고비마다 윤 대통령 의중을 국민의힘에 전달해 온 터라, 이번에도 당내 분란에 ‘윤심’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반응엔, 혁신위가 ‘쇄신’을 명분으로 불출마 등을 과도하게 강요하고 있다는 친윤계 등의 거부감과 반발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용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점령군” “권력 투쟁”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해 혁신위를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친윤계 한 의원은 한겨레에 “혁신위가 설정한 방향은 맞지만, 그 방향을 구현하는 게 저렇게 갈라치기하고 몰아가는 식이면 안 된다”며 “친윤계든 김 대표든 명예롭게 퇴진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혁신위에 떠밀려서 그만두는 것처럼 비치면 그 사람들 모양새가 좋겠냐”라고 말했다.
한편 혁신위는 이날, 내년 총선 공천 때 모든 지역구에서 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하는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4호 안건으로 의결했다. 이소희 혁신위원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다”고 말했다. 안건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당의 명예를 실추한 사람, 금고 이상의 전과자는 모두 공천에서 배제하는 안도 포함됐다.
서영지 기자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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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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