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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읽기’ 이나영책방에 산책 가실래요?

Summary

이나영책방에 전시된 북한의 물품들. 어느덧 접어든 10월, 서서히 쌀쌀해지기 시작한 나날은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내가 이나...

이나영책방에 전시된 북한의 물품들.

어느덧 접어든 10월, 서서히 쌀쌀해지기 시작한 나날은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내가 이나영책방을 방문한 지난주 금요일도 딱 그런 날이었다. 서울 신대방역 2번 출구에서 도림천을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허름한 건물 3층에 이나영책방의 간판을 볼 수 있다. 건물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여러 도서, 관련 행사 팸플릿과 책방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책방의 입구를 알린다.

왼쪽 문을 열고 맞이한 책방의 첫 느낌은 아주 따뜻했다. 서늘한 날씨 때문인가? 생각보다 많은 책으로 둘러싸인 책방의 아기자기한 내부와 반갑게 맞아주는 이나영 사장은, 책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꼈던 따뜻한 느낌이 단지 창밖의 쌀쌀한 바람 때문만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래서 이 책방의 이름이 이나영책방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제 이름 때문만은 아니예요. 이 책방의 이름은 ‘이것이 나의 영감’의 줄임말이고도 하거든요.”

“제가 북한학을 공부했는데요. 이왕 공부한 김에 북한학 전문 서점을 해보자는 영감으로 무모한 도전에 나선 것이죠.” 이 사장과 출판사 ‘힐데와 소피’의 오주연, 김애란 대표가 3년째 지키고 있는 이나영책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북한학뿐만 아니라 평화학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독특한 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필자가 최근에 나온 신간들 중 추천작을 부탁했을 때 북한, 남북관계, 평화에 대한 책을 기대했지만 정작 이들이 추천해준 책은 정지아 작가의 에세이북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이었다. 이 책은 술과 사람에 대한 책으로 북한학이나 평화학과는 거리가 멀다. 이 사장은 “북한학, 평화학 서적 외에도 저희들의 관심사가 담긴 서적들도 많이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나서 책방을 찬찬히 둘러보니 정치, 경제, 국제관계, 역사, 과학, 환경 등의 서적들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러 분야의 책을 들여놓은 데에는 이나영책방 사람들이 방문객들과의 소통 속에서 발견한, 더 깊이 있는 고찰에서 나온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북한학에 더 관심을 가질수록, 북한만 보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남북 교류가 성행했던 시절, 이나영 사장은 대학 재학 중 관광으로 금강산도 여러 번 다녀왔다고 한다. 지금으로선 구경하기도 힘든 북한의 기념품을 접하는 것도 마치 옆 나라 일본에서 사온 기념품을 접하듯 그 당시엔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책방 한편에는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다. 담배,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 껌, 사진 등등. 여느 일반인보다 이 사장은 북한을 군사적, 정치적 측면뿐만이 아닌 문화, 사회 등등 다른 측면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북한하면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그리고 3대에 걸쳐 세습에만 매달리는 이상한 나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언론도 이러한 보도에만 치중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식과 보도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고, 고착화된 대북 적대 인식을 하루아침에 평화적인 방향으로 바꾸기도 어렵다. “보는 시선을 넓히면 우리가 북한과 관련지어 얘기 할 수 있는 지평도 넓어지지 않을까요.” 여성 3인방이 3년째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책방을 지키고 있는 이유이자 바람이다.

그 기대는 3인방이 강조한 공간이 주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공간의 존재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한 장소에 녹여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그 공간을 통해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진다. 지속적인 소통은 자연스러운 인식의 변화로도 이어질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앞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독서문화와 관련이 있다. 사라져가는 독서문화는 요즘 이나영책방 사람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신 각종 영상물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독서와 영상물 시청은 정보 습득 경로부터가 다르다. 요즘엔 본인이 선택 할 필요도 없이 영상 플랫폼 속 알고리즘이 알아서 골라주기도 한다. 유익한 정보를 담은 것들도 있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인에게 알맞는, 진실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을 취사선택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다시 말해, 독서와 영상물 시청은 능동적인 정보 습득이냐 수동적인 정보 습득이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나는 능동적인 정보 감별사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가 현대 사회에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관심은 떨어지고 적대감은 늘어나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나영책방이 다양한 정보와 다층적인 시선도 함양하고 의미 있는 소통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글·사진 황용하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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