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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청산? 다시 출발점에 선 이재명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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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돌아오면, 어떤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통합의 길? 청산의 길?”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지난 4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질문을 건넸다. 지난달 21일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돌아오면, 어떤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통합의 길? 청산의 길?”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지난 4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질문을 건넸다. 지난달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극단으로 치달았던 당내 계파 간 갈등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미봉된 상태다. 당원들과 당내 강성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여전히 ‘가결파 처단’을 외치고 있다. 그러니 통합과 청산 중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하는 건, 단식 뒤 병원에서 회복 중인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해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단식, 체포동의안 가결, 그리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르기까지 한달의 시간은 민주당 안팎의 정치 지형을 크게 흔들었다. 퇴적과 침식, 단층과 융기의 과정이 혼란 속에 초고속으로 벌어진 듯한 시간이었다. 민주당 안에선 주류와 비주류의 ‘참호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여야 관계로 보면, 정권교체 뒤 1년 반 동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중심으로 전개돼온 공수 양상이 영장 기각으로 반전된 모양새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이다.

새 국면은 이 대표에겐 리더십을 세울 기회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2차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저버리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해 당내 리더십이 손상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는 이 대표의 메시지가 나온 뒤 당내에선 “방탄 단식이라는 오명을 그대로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자조와 비판이 잇따랐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택한 의원들조차 “최악의 판단이었다”고 실망감을 내보였을 정도다. 그러나 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에 취임한 뒤 늘 그를 따라다니던 ‘사법리스크’의 부담을 일부나마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지도자’로서의 정치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다시 한번 열린 것이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위상까지 재신임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당내 통합은 그 첫 단추다.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서 불거진 내홍을 해소할 책임은 오롯이 이 대표에게 남은 숙제다. 의원들 대다수는 이 대표가 ‘가결파 척결’보단 ‘통합’에 무게를 실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주로 ‘현실론’에 입각한 전망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검찰이 3차 체포동의안을 밀고 들어올 수 있다. 가결파 29명을 배제하면 ‘139명 민주당’으로 그걸 막을 수 있겠나”라며 이 대표가 가결파 처단에 나서지는 못할 거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도 6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시 당이 당대표 중심으로 뭉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될지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당의 단합, 통합 이런 측면들을 강조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이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해당행위 5인(설훈·이상민·이원욱·김종민·조응천)을 징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심지어 김종민 의원을 향해선 살해 협박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이 대표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정치인은 때로 침묵으로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 침묵은 통합의 리더십을 위한 예열일까, 분열의 전조일까.

엄지원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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