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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자격 없다’ 판결이 트럼프에게는 오히려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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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15일 공화당 첫 경선이 예정된 아이오와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아이오와/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15일 공화당 첫 경선이 예정된 아이오와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아이오와/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예비경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이 그에게 정치적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되고 있다는 미국 주요 언론들의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20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전날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막기 힘든데다 지지자들을 한층 더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9일 2021년 1월6일 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에서 치러지는 공화당 예비선거에 입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날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는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근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콜로라도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라고 주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고를 할 경우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놓을 때까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주정부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제나 그리즈월드 주 국무장관은 “이 판결은 상고가 이뤄질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이 투표용지 인증 때에도 유효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대로 판결이 나온 직후 상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결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여부에 대한 최종 칼자루를 쥐게 된 모습이다. 공화당의 콜로라도주 경선은 3월5일로 예정돼 있어 판결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에 앞서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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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명 가운데 3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임명되는 등 6 대 3의 ‘보수 우위’가 굳어진 상황이다. 나아가 법원이 대선 후보의 출마 여부라는 정치적 사안에까지 판단을 내리면 유권자들의 선택의 범위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새뮤얼 이새커로프 뉴욕대 로스쿨 교수(헌법학)는 영국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연방대법관들은 투표장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데 극히 꺼릴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고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국적 차원인 대통령 후보 자격이 주별로 결정될 수는 없다”며 “그렇다면, 민주적 질서의 파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그의 대선 출마 자격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어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혐의를 둘러싼 재판 역시 정치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자신에 대한 정치적 박해로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20일 소셜미디어에 “내가 싸우는 모든 사건은 법무부와 백악관 작품”이라며 “바이든은 나에 대한 모든 가짜 정치적 기소를 중단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네차례 기소가 이뤄질 때마다 이를 지지 세력을 다잡는 데 활용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도 ‘투표용지에서 제외됐다’라는 이메일로 지지자들을 자극하면서 “기부를 통해 2024년 대선 투표용지에 내 이름(트럼프)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동참하고 여러분의 투표 권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 내에서 60%가 넘는 그의 지지율은 변함이 없다.

공화당의 다른 대선 주자들도 판결을 비판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오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누가 출마할 수 있고, 출마할 수 없다고 말하는 판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이 판결이 권한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콜로라도주 공화당은 법원이 트럼프가 출마 자격이 없다고 한 주의 예비선거를 완전히 취소하고 당원대회로 후보를 정할 수 있다고 치고 나갔다.

민주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폭력 사태에 어떠한 대가도 치르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의 수석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트럼프에게 제기된 모든 법적 도전은 공화당 경선에서 그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콜로라도도 똑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립적 입장의 영국 비비시는 “콜로라도에서 트럼프의 법적 패배가 정치적 황금으로 바뀔 수 있다”고 평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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