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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12주 안에 이주민 걸러내는 새 난민 억제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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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서부 오펜부르크의 임시 난민 수용시설에 머물고 있는 어린이들. 오펜부르크/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할 여지가 큰 이들을 따로 걸러내 국경 지역에...

독일 남서부 오펜부르크의 임시 난민 수용시설에 머물고 있는 어린이들. 오펜부르크/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할 여지가 큰 이들을 따로 걸러내 국경 지역에서 심사한 뒤 빠르게 돌려보냄으로써 이주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이주와 망명 협약’을 마련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각) 회원국 및 유럽의회와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 처리에 관한 유럽연합 공통 기준을 규정한 협약 개정안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집행위원회는 내년 6월 이전까지 협약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합의된 협약안은 모두 5개의 관련 규정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망명 절차 규정’은 안보와 공공 질서에 위협이 되거나 신분을 속인 난민 신청자, 난민 승인율이 20%에 미달하는 국가 출신자들을 따로 신속하게 심사하도록 규정했다. 난민 승인율이 20% 미만인 나라는 인도, 튀니지, 튀르키예(터키) 등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속 심사 대상자는 유럽연합 국경 지역에 머물러야 하며, 심사는 12주 안에 이뤄져야 한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은 12주 안에 본국으로 송환된다. 나머지 신청자들은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기존 심사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신속 심사 대상자 선별 등을 위한 ‘사전 심사 규정’도 마련됐다. 난민 신청자가 들어오기 전 7일 동안 국적, 나이, 지문, 얼굴 등에 대한 조사와 보안 심사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난민 신청자의 지문 정보를 담은 ‘유로닥 데이터베이스’에 얼굴 사진도 추가될 예정이다. 생체 정보 수집 대상자도 기존의 14살 이상에서 6살 이상으로 확대된다.

협약안은 특정 국가에 난민이 몰리면 다른 회원국들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규정도 담고 있다. 각 회원국의 수용 인원은 한해 최저 3만명이다. 다만, 난민 한명당 2만유로(약 2860만원)를 기금으로 내면 이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난민 분산 수용 결정은, 2015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면서 2013년 7월부터 시행중인 이른바 ‘더블린 규정’으로는 난민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은 난민이 처음 도착한 나라가 난민 신청을 받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난민이 주로 몰리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은 난민 부담이 자신들에게만 몰린다며 다른 회원국들에 난민 분산 수용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0년 9월 난민 분담 등을 담은 협약 개정안을 제안했고 3년을 넘는 논란 끝에 합의안이 마련됐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은 새 협약이 유럽과 이탈리아를 위한 “큰 성공”이라고 환영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오랜 논쟁 끝에 아주 중요한 결정을 했다”며 “독일을 비롯해 (난민 문제로) 타격을 받는 나라들이 부담을 덜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단체들은 새 협약이 ‘잔인한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 협약이 유럽연합의 망명 관련 법을 수십년 후퇴시켰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유럽연합 국경에 사실상 구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럽연합의 우선 순위는 “난민 보호가 아니라 국경 폐쇄”라며 특히 어린이들의 권리가 침해될 것을 우려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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