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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의회, 극우정당까지 지지한 ‘이민 억제 법안’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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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각) 프랑스 하원에서 이민 억제를 위한 이민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좌파 의원들이 프랑스의 모토인 ‘자유’, ‘평등’, ‘박애’라고 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파리...

19일(현지시각) 프랑스 하원에서 이민 억제를 위한 이민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좌파 의원들이 프랑스의 모토인 ‘자유’, ‘평등’, ‘박애’라고 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를 6개월 앞두고 유럽 우파들의 이주민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프랑스 의회가 19일(현지시각) 정부가 제안한 것보다 한층 강화된 이민 억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의회는 이날 이민자에 대한 복지를 줄이고 추방을 더 쉽게 하며 프랑스인이 기피하는 일을 하는 외국인에게 체류 허가를 내주는 것을 뼈대로 한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상하원은 정부가 지난 11일 의회에 제출한 이민법 개정안이 하원에서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거부당한 이후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이민자 규제를 더 강화한 새 법안을 마련했다. 이런 내용은 상원에서 찬성 214표, 반대 114표로 가결된 뒤 하원에서 찬성 349표, 반대 186표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이 아닌 이주민이 주택·아동 수당 등의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실업자의 경우 프랑스에서 5년을 거주해야 하며 일을 하는 이들은 3개월을 거주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이민자 규모 할당제를 도입하고, 성년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 취득하던 이민자 자녀들에 대해 16~18살에 국적 취득을 신청하도록 했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태생 외국 국적자는 국적 취득이 금지되고, 경찰 등을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중 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도 허용된다.

개정안은 또 쓰레기 수거원 등 인력 부족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1년의 거주 허가를 발급하기로 했다. 발급 조건은 3년 이상 프랑스 거주, 최근 2년 중 1년 이상 취업 등으로 제한했다. 거주 허가는 2026년말까지 한해 7천~1만명 정도에게 발급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6월 초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세력의 이민자 규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담은 이민법 개정안을 내놨으나, 의회에서 극우의 요구가 대폭 반영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의 이민법 개정안에 반대하던 극우 정당 국민연합은 상하원이 마련한 개정안에 대한 찬성을 전격 선언했다.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는 이 개정안이 국민연합의 “위대한 이념적 승리”라고 말했다. 르펜의 태도 변화는 이 법안이 유럽의회 선거 등에서 정치적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국민연합이 지지를 선언하자 좌파는 물론 여당인 ‘르네상스’ 내 좌파 세력도 반발했다. 오렐리앵 루소 보건부 장관은 의회 표결 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여당 소속 의원 20명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좌파 정당들은 이 개정안이 국가적 수치라고 비판했다. 보리스 발로 사회당 하원 원내대표는 “정부에 수치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고, 녹색당의 시릴 샤틀랭 의원은 마크롱 정부가 극우 이념을 법안에 반영한 것에 대해 “수치와 배신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인권 단체들도 이 법안이 망명자들의 권리를 크게 위협하고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에서는 내년 이후 선거를 의식한 우파 정당들의 이민자 규제 강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망명 신청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심사를 받게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독일의 보수 야당 기민·기사련도 비슷한 조처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망명 심사 탈락자를 제3국으로 보내는 문제에 대해 회원국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법안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앰네스티, 세이브더칠드런 등 57개 인권 단체들은 18일 공개 편지를 통해 유럽 지도자들에게 이주민 보호 강화 조처를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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