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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 무역 길목 홍해에서 공격 격화…무엇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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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의 헬리콥터가 지난달 홍해에서 나포한 화물선 ‘갤럭시 리더’ 위를 비행하고 있는 모습. 후티 반군은 지난달 20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홍해/로이터 연합뉴스 예멘 후...

예멘 후티 반군의 헬리콥터가 지난달 홍해에서 나포한 화물선 ‘갤럭시 리더’ 위를 비행하고 있는 모습. 후티 반군은 지난달 20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홍해/로이터 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응징하겠다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잇따라 공격하자, 미국이 다국적 해군을 모아 대응에 나섰다. 후티 반군이 세계 주요 물류망인 홍해의 안전을 위협하며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이번 전쟁을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레인에서 홍해 남부와 아덴만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다국적 해군의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별도 자료를 내어 이 작전에 영국·바레인·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노르웨이·세이셸·스페인 등 9개국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복수 국가가 참가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전체 참가국은 10개국이 넘는다”고 전했다. 오스틴 장관은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이 격화되며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이 위협받고, 무고한 선원들이 위험에 빠지고 있다”며 “(후티 반군의 행동은) 집단적 대응이 필요한 국제적 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다국적 해군을 모아 홍해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은 머스크 등 국제 3대 해운사에 이어 주요 에너지 기업인 비피(BP)까지 자사 수송선이 이 바다를 지나지 못하게 하는 등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홍해 항해를 중지하겠다는 비피의 발표가 18일 나오자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전날보다 배럴당 1.4달러가 오른 77.95달러에 거래되는 등 들썩였다. 홍해는 세계 교역의 40%, 전체 석유 물동량의 12%, 천연가스의 8%가 통과하는 주요 해상 운송로다.

이스라엘에서 2천㎞ 이상 떨어진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이 이번 전쟁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는 중동과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권 전체뿐 아니라 예멘 내에서도 소수 종파인 시아파 단체다. 시아파 내에서도 분파인 자이드파에 속한다. 중동에서 비판 여론이 큰 이스라엘에 타격을 가해 자신들의 명분을 키우고 활동 공간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자이드파 성직자인 후세인 후티(2004년 사살)의 주도로 1992년 결성된 단체 ‘믿는 청년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이 세력을 키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독재자였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실각하며 찾아왔다. 후티 반군은 2014년에 수도 사나 등 예멘의 정치경제 중심인 홍해 연안의 서부를 점령한 뒤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하는 수니파 정부와 맞서 내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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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지원을 받아 수니파 정부를 전복하려고 한다며, 2015년부터 이 내전에 개입해 왔다. 이후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번졌지만, 지난 3월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하며 예멘 내전도 곧 수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었다.

이 흐름을 다시 뒤바꾼 것이 지난 10월7일 벌어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었다. 전쟁이 시작되자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영국 회사 소유이지만 선박 지분 일부가 이스라엘 기업인 소유라고 알려진 화물선 ‘갤럭시 리더’를 나포했다. 또 이달 들어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허용되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오가는 모든 선박들의 항해를 막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후티 반군의 정치국원인 무함마드 부카이티는 알자지라에 “후티는 미국에 의해 홍해에 배치되는 어떠한 동맹들과도 맞설 수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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