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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무너뜨린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 3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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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중앙선거관리청장 하젬 바다위(오른쪽 마이크 앞에 선 이)가 18일(현지시각) 이집트 대선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이 89.6%의 득표율로 새 대통령에...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청장 하젬 바다위(오른쪽 마이크 앞에 선 이)가 18일(현지시각) 이집트 대선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이 89.6%의 득표율로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EPA 연합뉴스

압델 파타 엘시시(69)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10∼12일 치러진 대선에서 또다시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통령 3선을 확정했다. 군인 출신으로 지난 2013년 쿠데타를 주도해 민선 정부를 무너뜨렸던 엘시시 대통령은 이후 세차례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하며 2030년까지 이집트를 이끌게 됐다.

이집트 정부는 18일(현지시각) 이번 대선에서 “여당 후보로 나선 엘시시 현 대통령이 89.6%의 득표율로 세번째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고 밝혔다. 하젬 바다위 중앙선거관리청(NEA)은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6700만여명 가운데 4470만여명이 투표(66.8%)해 역대 이집트 대선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경쟁자로 나섰던 야당 후보 세 명은 모두 득표율 4.5% 이하를 기록했고, 전체 투표의 1.1%는 무효 처리됐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 2013년 쿠데타를 주도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이끌던 민선 정부를 쓰러뜨렸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를 유혈 집압해 하루 만에 시민 800명 이상 숨지는 일도 일어나, 국제사회 비판을 받았다. 중동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으로 태어난 무르시 정부는 이렇게 그의 쿠데타로 무너졌다. 그는 이듬해 대선에 출마해 득표율 96.9%로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2018년 선거에서도 97.0%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물가가 급등하고 통화 가치는 폭락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등 이집트 내부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지만 3선에도 성공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엘시시 대통령의 3선을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엘시시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집권하면서 국가기관과 주요 기업들을 등에 업고 대선 때마다 노골적인 ‘불공정 게임’을 벌여왔다. 오랜 기간 시민들의 평화적 집회, 정치적 결사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탓에 시민들의 정치적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도 어려웠다.

미국 시비에스(CBS) 뉴스는 “세 명의 야당 후보 중 누구도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거의 예정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쟁과 내전으로 일촉즉발 위기를 겪는 주변국들에 둘러싸인 불안감 때문에 군사적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원하는 국가적 분위기도 장기 집권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집트 서쪽에는 리비아 내전, 남쪽에는 수단 내전, 동쪽으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이집트 헌법상 엘시시 대통령은 2030년 세번째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벌써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엘시시 대통령은 지난 2019년에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 가능 횟수를 2번에서 3번으로 확대해, 3연임의 밑돌을 직접 마련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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