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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사건 터질 것 같다” 재일동포 사회에 퍼지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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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엠앤씨에프 제공 “재일동포나 유학생을 엮어서 간첩 사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계속 이념을 강조했는데,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아요.” 통...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엠앤씨에프 제공

“재일동포나 유학생을 엮어서 간첩 사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계속 이념을 강조했는데,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아요.”

통일부가 일본 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나 조선학교 인사 등을 신고 없이 만났다는 이유로 한국의 영화감독·시민단체를 상대로 조사에 나선 것과 관련해 재일동포 사회에선 “공포스럽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980년대 일본으로 건너온 한 재일동포(뉴커머)는 “통일부 조사는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지지율도 낮고, 총선에서 반전시킬 만한 것이 없으면 간첩 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동포는 “윤미향 의원이 (지난 9월1일) 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고 반국가세력이라고 ‘빨갱이몰이’를 당한 것을 봐라. 심상치 않다”고 강조했다. 도쿄에서 식당을 하는 또 다른 재일동포(3세)도 “일본에서 대대로 오래 산 동포들은 총련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밖에 없다. 누가 신고를 하겠나. 당분간 거리를 두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재일동포 사회가 최근 한국 내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1970~1980년대 있었던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일본 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도 조국을 잊지 않고 돌아와 공부하려던 130여명의 젊은이가 군사정권에 의해 한순간에 간첩으로 몰리며 큰 고초를 당했다. 이들 중 30여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학생들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도쿄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는 한 유학생은 “조선학교나 총련 쪽을 만날 때 신고를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며 “제 전공 분야 특성상 그쪽(총련계) 사람들을 여러 자리에서 만난다. 지금 2023년이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유학생은 “총련의 핵심 간부는 아니지만, 그쪽과 가까운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한국 국적도 많다. 국적을 써서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걸 어떻게 확인하냐”고 되물었다. 실제 정부가 문제를 삼고 있는 조선학교만 해도 최소 절반 이상이 한국 국적의 아이들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의2에는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사후 신고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총련 활동가는 이 법 30조에 따라 북한 주민으로 취급된다. 통일부는 이를 근거로 최근 조선학교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 다큐멘터리 감독이나 조선학교를 지원한 시민단체 몽당연필, 영화배우 권해효씨 등에게 접촉 경위를 조사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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