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국 지원 없으면 전쟁에서 패할 것” 호소

미국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면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미국 평화연구소’(USIP) 연설에서 미국의 지원이 연기된다면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지역을) 계속 해방시키는 게 불가능하고 전쟁에서 패할 위험도 아주 크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미국의)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없으면 현재의 위치를 지키는 것도 힘들고 국민들의 생존도 위협받을 것”이라며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빠르게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내년 예산 부족분이 430억달러(약 56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예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614억달러(약 80조6천억원)의 군사 지원을 포함한 1060억달러(약 139조원)의 지출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공화당은 처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미국 정부의 이민 정책 변경과 연계해 처리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 우크라이나 관련 전략에 대한 추가 정보도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미 상원 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지원을 호소하려던 계획은 막판에 취소됐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는 “막판에 문제가 생겼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온라인 연설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슈머 대표는 이번 연설은 상원의원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도록” 미 행정부가 초청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21개월을 넘기면서 이 전쟁에 대한 서방의 관심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 승인과 경제 지원을 반대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회원국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관심이 쏠리면서 우크라이나는 더욱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우크라이나 현지의 전쟁 상황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소강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이날 드론 등을 동원한 공습으로 맞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크림반도와 아조우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41기를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25일 이후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군 드론 공격이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날의 드론 공격으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해협의 교량이 한때 폐쇄됐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날 밤에 주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서부 르비우 등을 공격한 러시아의 드론 17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시에 있는 지원 센터와 의료 시설도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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