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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때 시진핑과 맥주 마신 캐머런 “왕이와 통화해 협력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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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런던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에서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총리 시절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 장관...

5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런던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에서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총리 시절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 장관이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과 통화에서 “건설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의도”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캐머런 장관은 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영국은 우리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자료를 내어 두 사람의 전화 통화 사실을 전했다. 왕 부장은 “중·영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은 양국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한다”며 “중국과 영국은 서로 발전의 기회가 된다. 영국이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하고 중국과 영국 관계 발전의 전반적인 방향을 잘 파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 외교부는 캐머런 장관이 “영·중이 접촉하고 협력하는 것이 양쪽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영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과 중국 외교 사령탑 간 통화는 유럽연합(EU) 수장들과 중국 수뇌부의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오는 7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제24차 중국·유럽연합 정상회담을 갖는다. 캐머런 장관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의원들을 만나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리시 수낵 총리는 2010~2016년 영국 총리를 지낸 캐머런 장관을 새 외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했다. 캐머런 장관은 총리 시절 중국과의 무역을 중시했고, 양국 간 전례없는 밀월 관계를 조성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2015년 영국에 초대해 런던의 펍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달 캐머런이 영국 외무장관에 임명되자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캐머런 장관이 총리 시절 중국과 영국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며 “캐머런의 임명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캐머런 장관은 지난달 24일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한 인터뷰에서 기존 대중국 정책을 존중하겠다고 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오는 모든 악의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국과 더욱 신중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는 현실적이고 냉철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머런 장관은 “중국과의 협력도 우리가 취해야 할 접근 방식 중 하나”라며 “적어도 중국은 인류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협력하지 않으면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시는 이 인터뷰 기사의 제목을 “캐머런이 ‘영국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뽑는 등 그의 유화적인 대중국 태도에 주목했다.

영국에서는 캐머런 장관이 총리에서 물러난 뒤인 2017년 영-중 투자 펀드에 참여하는 등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영국의 외교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캐머런 장관의 등장만으로 영국의 대중국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더 많다. 캐머런 장관이 총리에서 물러난지 7년이 지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크게 바뀌었고, 미국 등 서방이 중국에 대한 태도도 과거와 매우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낵 총리는 지난해 11월 말 영국의 주요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중국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은 의식적으로 모든 국가 권력을 지렛대 삼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영국의 접근법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양국의 황금시대라는 것은 무역이 (중국의) 사회·정치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과 함께 끝나 버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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