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학생 500여명이 지난 10월25일 가자 전쟁 및 팔레스타인 봉쇄 중단을 촉구하며 총장실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유매스라이브 누리집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행동에 나서는 제2의 ‘반전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진단했다.
미국 전역의 대학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가자 전쟁’을 계기로 기존의 국제질서를 비판하고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옹호하는 운동에 나서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베트남전 반전 운동 이후 보이지 않던 대학 캠퍼스에서 소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매사추세츠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 500여명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학교가 비판하라는 시위를 벌였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시위에 나선 학생 중 100여명은 총장실 앞으로 몰려가 “아파르트헤이트(옛 남아공 백인 정권이 벌였던 인종 차별정책)를 벌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을 외치다가, 57명은 경찰에 구금됐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학생 중 한 명인 에린 멀린은 보스턴 교외에 거주하는 전형적인 중상류층 백인 가정 출신의 여학생이다. 그는 “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가자 전쟁의) 사진들을 보고서 행동에 나섰다”며 체포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백인으로서 특권”을 자신들을 위해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가자는 양쪽의 전쟁이 아니다”며 “현재 벌어지는 일은 압제자에 대한 억압받은 사람들의 저항이다”고도 말했다.
미국 전역의 주요 대학에서는 가자 전쟁을 계기로 다양한 진보 의제를 표방하는 학생 단체들이 뭉치고 있다. 지난달 브라운대학교의 ‘팔레스타인에서 정의를 위한 학생들’ 지부는 폴댄싱 그룹까지 포함한 40개 단체와 연합해 “이스라엘 정권과 그 동맹자들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의 고통과 생명 손실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점령을 반대하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학생’도 ‘화석연료 제로 펜실베이니아’ 등 환경단체, ‘차이나타운보존을 위한 학생’, ‘유니버시티 시티 타운홈즈 구하기’ 등 필라델피아 도심의 상업적 재개발을 반대하는 단체들과 함께 가자 전쟁 반대 시위를 벌였다.
대학가의 가자 전쟁 반대 집회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점 등에 대해 ‘정착민 식민주의’라며,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은 과거 식민주의의 유산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팔레스타인에서 정의를 위한 조지워싱턴대학생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정착민 식민주의는 몰락하고, 우리 땅은 해방되고, 우리는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고 천명하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베트남전 반전운동 이후 미국 대학가에서 실종됐던 진보적인 정치운동이 다시 부활하는 조짐은 현 젊은 세대들이 성인이 된 이후 처한 환경과 관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몇 년 간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경찰들의 소수인종에 가한 폭력으로 인한 시위 사태, 미투 운동 같은 젠더 이슈의 부각 등으로 젊은이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상태였는데, 가자 전쟁을 계기로 젊은이들이 정치적 행동에 적극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미국정치연구센터가 여론조사 회사 해리스에 의뢰해 지난달 19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18~24살 젊은이 중 51%, 25~34살 중 48%가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그동안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 탓에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65살 이상 중 이런 의견을 나타내는 이는 9%에 불과했다. 지난 2022년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8~29살 젊은이 중 44%가 사회주의를 선호해, 자본주의를 선호하는 40%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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