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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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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이후 출생한 주민에 대한 담배 판매 금지 계획을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철회할 계획이라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25일 니콜라 윌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새 정부가 저신다 아던 전임 노동당 정부의 금연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윌리스 장관은 연정 파트너인 우파 성향 뉴질랜드퍼스트당 및 자유방임주의적인 행동당이 금연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국민당은 지난달 14일 열렸던 총선에서 38% 득표율로 1당이 됐다. 국민당은 이후 뉴질랜드퍼스트당 및 행동당과 연정 구성 협상을 벌여왔으며, 지난 24일에 금연정책 철회 등을 조건으로 연정 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아던 총리 내각 때인 지난해 12월 2009년 1월1일 이후에 태어난 이들이 평생 담배를 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담배를 아예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선진적인 금연 대책이었으며,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뉴질랜드는 이런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매년 5천명의 생명을 구하고, 향후 20년 동안 해마다 13억 뉴질랜드달러(1조 255억원)의 보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2025년에는 흡연율을 인구의 5%로 낮추고, 궁극적으로 완전 금연을 지향했다.

하지만, 아던 정부의 이 야심찬 대책은 소매업자를 포함한 관련 업체들의 반발을 샀다. 크리스토퍼 럭슨 새 총리는 총선 운동 과정에서 아던 정부의 금연 정책은 담배 밀매 암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당 총선에서 6%를 득표한 뉴질랜드퍼스트당은 아예 아던 정부의 금연 정책 철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당 연정이 아던 정부의 금연 정책를 폐기한 주요한 이유는 세수 확보 떄문이다. 국민당은 중산층 및 고소득층 감세를 추진하고 부족한 세수를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시장 개방을 통해 확보하려 했다. 부동산 시장 개방을 뉴질랜드퍼스트당이 반대하자, 다른 세원을 찾기 위해 금연 정책의 철회를 선택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신임 총리가 25일 연정을 구성하는 윈스턴 피터스(왼쪽) 뉴질랜드퍼스트당 대표 및 데이비드 시모어(오른쪽) 행동당 대표와 신정부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윌리스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금연정책법의 변화로 정부 회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의회에서 아던 정부 시절 제정된 금연법 폐기를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새 정부 금연 정책 철회 계획에 대해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오타고대학교 공중보건 전문가인 리처드 에드워즈 교수는 “세계를 선도하고 매우 훌륭한 보건대책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퇴행시키는 조처다”고 비난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뉴질랜드 정부의 ‘금연 2025년 위원회’의 로버트 비글홀 의장은 “흡연자들이 (고소득층) 감세로 인한 부담을 져야한다는 제안은 충격적이다”고 비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뉴질랜드의 금연정책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줬다. 리시 수낵 영국 정부도 지난 9월 2009년 1월 이후 출생한 이는 성인이 돼도 담배를 구매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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