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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지 않고 사망해 다행” 울던 아버지, 딸과 꿈같은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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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처에서 지난 10월7일(현지시각) 하마스에 의해 억류됐던 에밀리 핸드가 아빠를 만나 껴안고 있다. 이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배포했다....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처에서 지난 10월7일(현지시각) 하마스에 의해 억류됐던 에밀리 핸드가 아빠를 만나 껴안고 있다. 이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배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밀리가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게 어린 딸을 잃었다고 믿고 있던 톰 핸드는 25일 눈을 씻고 ‘2차 인질 석방’ 명단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명단에 분명히 적혀 있었다. ‘에밀리 핸드(9).’ 그의 딸 에밀리였다.

에밀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기습 공격을 해온 지난달 7일 당일 가자지구에 인접한 비에리 키부츠(집단 농장)에 있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딸의 사망 소식에 톰은 언론 인터뷰에서 “먹을 것, 마실 것도 없는 상황에서 딸이 수년간 어두운 곳에서 하나님을 찾았을 것을 생각하면 죽음은 축복이었던 것 같다”면서 “(인질로 잡히는 것보다 죽음이) 절대적으로 나은 선택지”라는 인터뷰까지 했다.

하지만, 이후 이스라엘방위군(IDF) 등을 통해 딸의 생존 가능성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던 톰은 납치 50일 만인 26일 새벽 딸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톰은 영국 비비시(BBC)에 “힘겨웠던 지난 50일 간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딸을 다시 안아줄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마스가 24~25일 이틀 동안 석방한 이스라엘 인질 26명은 모두 어린이·여성·노인이다. 이스라엘 언론과 세계 주요 외신을 통해 인질로 끌려갔던 이들의 신분과 사연이 하나둘씩 소개되고 있다.

에밀리와 같은 날 풀려난 노암(18)과 알마(13)남매는 맞아줄 부모가 없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공격 당시 어머니는 숨졌고, 납치된 아버지는 아직 풀려나지 못했다. 이에 견줘 2살 아기 아비브와 언니 라츠(4)는 엄마 도론 카츠-애셔(34)와 함께 24일 풀려났다. 아빠 요니는 아직 공갈꼭지를 문 아이브와 가족들을 안은 채 “장난감을 많이 사놨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들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빠져나온 최고령 인질인 야파 아다르(85)는 이스라엘 쪽 최대 피해지 가운데 하나인 집단농장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끌려갔다. 인근 대피소에서 희생자들의 피 묻은 손자국이 보도사진 등을 통해 알려지며 참혹한 피해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시엔엔은 “두차례에 걸친 인질 석방이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가족에게도 희망을 불러일으켰다”고 풀이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어린이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 모처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로이터 통신이 하마스를 통해 확보해 배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틀간 41명(이스라엘 26명, 타이 14명, 필리핀 1명)이 풀려났지만, 아직 200명 안팎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가 우선 석방 대상을 여성과 어린이로 제한하고 있어, 남성 인질 가족들은 고통 속에 기약 없는 생환을 기다려야 한다. 인질 가족들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인질 석방으로) 희망을 얻었지만 그들이 모두 돌아오기 전까지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풀려난 도론 카츠는 비비시 인터뷰에서 “납치된 마지막 한 명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풀려난 것을) 축하하지 않을 것”이라며 “납치 가족들 모두 오늘부터 나의 새 가족”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에서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탄 버스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진입하자 근처에 모인 인파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들과 맞교환 형태로 풀려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 78명도 고향에서 가족 품에 안겼다. 2015년 이스라엘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마라 바키는 하교길에 이스라엘군을 찔러 죽이려 했다는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뒤 8년 만에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바키와 가족들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감옥에서 청소년기를 모두 보낸 바키는 알자지라에 “감옥에서 지내는 게 힘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간처럼 그 시간도 지나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쪽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에 석방된 이들의 언론 인터뷰, 축하를 위한 손님 접대, 과자 배포 등을 금지하는 조건을 걸었고, 위반 땐 벌금 7만셰켈(24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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