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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새 기자회견만 34번…국민 접촉 늘리는 기시다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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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8~9월 두 달 동안 약식·공식 기자회견을 무려 34번이나 진행했다. 이틀에 한 번 이상 기자회견이 이뤄진 셈이다. 총리 관저 누리집 “국민 여러분께 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8~9월 두 달 동안 약식·공식 기자회견을 무려 34번이나 진행했다. 이틀에 한 번 이상 기자회견이 이뤄진 셈이다. 총리 관저 누리집

“국민 여러분께 투명성이 높으며 알기 쉽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은 총리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처럼 모니터를 사용하는 등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감염증 위기관리 총괄청 발족’ 관련한 약식 기자회견(일본에선 ‘부라사가리’라고 함)에서 한 말이다. “최근 부라사가리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기자들 앞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리 관저가 공개한 기시다 총리의 일정을 보면, 8월 한 달 동안 무려 22번의 약식·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던 24일엔 하루에 3번이나 기자들을 만나 각가지 질문에 답했다.

이달도 26일 기준으로 12번이나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두 달 동안 기자회견을 34번이나 진행했다. 이틀에 한 번 이상 기자회견을 한 셈이다.

횟수만 많아진 것이 아니다. 약식 회견을 하면서 큰 모니터까지 가져와 정책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시다 총리의 버릇이기도 한 ‘메모 보고 말하기’에서 벗어나 정면을 응시하거나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등 전달방식을 바꾸는 노력도 눈에 띄는 변화다.

기시다 총리는 평소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영방송 티브이(TV)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가 답변할 때 허공을 보는 일이 있는데, 실은 암기하고 있는 내용을 떠올리는 것”이라며 “비서관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준비한 메모를 그대로 읽을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준비된 답변을 감정 없이 말하는 기시다 총리의 경우 실수는 적지만 특별히 인상에 남지도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말은 울림이 없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본심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가 기자회견 횟수를 늘리고, 전달 방식을 바꾸는 등 ‘대국민 메시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지지율 영향이 크다. 아사히신문 조사를 보면, 지난해 5월 59%까지 치솟던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가 올해 5월 46%에서 7월 37%, 8월 33%, 9월 37% 등 3개월 연속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책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자주 지목되는 것이 ‘지도력’과 ‘설명 책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예를 들어 아사히신문 8월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찬성했지만 ‘일본 수산물에 대한 소문(풍평) 피해를 막는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냐’는 질문엔 7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마이넘버 카드’ 혼란에 대해서도 기시다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질문에 79%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최근 적극적으로 정책을 전달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말이 국민에게 제대로 닿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감정도 드러내고, 아픔을 동반한 정책에서는 국민과 함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총리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닿을지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등 대국민 접촉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지율 하락을 회복하려는 기시다 총리의 대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이후 10개월 동안 국정 주요 현안을 놓고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외신을 중심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 “질문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 상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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