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돈세탁 방지 의무 등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가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정부에 벌금 43억달러(약 5조5천억원)를 내기로 했다. 3년에 걸친 미국 당국과의 싸움 끝에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에 합의하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바이낸스 쪽이 이날 시애틀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거액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7년에 바이낸스를 창업한 자오 최고경영자는 개인 차원에서도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5천만달러를 부과 받을 예정이다. 법원과 최고경영자직 사직에도 합의한 자오 최고경영자는 징역 18개월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자오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이 은행보안법 등을 고의적으로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객의 실제 신분을 파악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고, 범죄자나 제재 대상과는 거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규제 당국에 사업을 등록해야 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이런 식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거래를 신고하지 않고 테러 조직과 범죄자 등의 돈세탁을 방치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북한, 이란, 시리아 등 제재 대상 국가들과 미국인들의 거래도 방조했다고 했다. 또 랜섬웨어나 아동 성착취와 관련된 거래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낸스는 이익을 추구하면서 법적 의무에 눈을 감았다”며 “바이낸스의 고의적 의무 불이행은 테러리스트, 사이버 범죄자, 아동 학대범들에게 돈을 흘러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번 합의 규모는 “사상 최대”라고 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바이낸스는 부분적으로는 범죄 행위를 통해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가 됐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한때 세계 가상자산 거래의 3분의 2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 결과는 기존 법률과 규제 틀로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거래업을 통제하려고 시도한 미국 정부의 완승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낸스는 미국에 법인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으나 미국 정부는 미국인들이 거래하는 플랫폼은 미국 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태생의 캐나다 국적자인 자오 최고경영자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로 사임 사실을 밝히며 “난 실수를 저질렀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가 21일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시애틀/AP 연합뉴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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