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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경제난 아르헨 ‘미 달러화 채택’ 카드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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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를 자국 통화로 채택하겠다는 달러화 등 과격한 공약을 내걸고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19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선거본부 사...

미국 달러를 자국 통화로 채택하겠다는 달러화 등 과격한 공약을 내걸고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19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선거본부 사무실 앞에서 여자친구 파티마 플로레스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극우인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가 내걸었던 ‘미국 달러를 자국 통화로 채택하겠다’는 과격한 공약이 국제사회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밀레이 후보는 선거운동 때 자국 통화인 페소를 폐기하고 중앙은행을 없애는 대신 달러를 법정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페소가 “똥보다도 가치가 없다”는 극언도 했다.

그가 내건 ‘달러화’ 공약은 중남미 소국인 파나마·엘살바도르·에콰도르에서 시행 중이다. 하지만 남미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졌고,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인 아르헨티나 같은 규모의 나라에서 이를 도입된 전례가 없다.

밀레이가 달러화 공약을 내건 이유는 지난달 기준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143%나 오르는 등 경제가 파산 상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달러화를 택하면 통화량이 제약돼 초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 그 대가로 한 나라의 경제를 운용하는 데 꼭 필요한 ‘통화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경쟁력을 빼앗는 부메랑이 될 우려가 크다.

영국 가디언은 20일 달러화의 장단점을 제쳐놓고서라도 이를 실행하기엔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망가져 있어 국제 자본시장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르헨티나가 달러화를 실행하려면 당장 300억달러(38조원)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게다가 달러화를 발표한 뒤 페소 가치가 더 떨어져 달러화에 필요한 달러 액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의회와 법원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다. 밀레이 당선자의 정책을 뒷받침할 의회 내 세력이 없다. 오라시오 로사티 대법관은 최근 스페인 엘파이스에 페소를 외국 통화로 교체하는 것은 위헌이고 주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달러화를 이미 채택한 다른 나라의 현실을 살펴봐도 실망스럽다. 운하로 인해 미국과 경제가 사실상 통합된 파나마를 제외하면, 에콰도르나 엘살바도르의 경제 성적은 좋지 않다. 에콰도르는 2000년 달러화를 채택해 100% 육박하던 물가상승률이 한자릿수로 안정됐다. 하지만 고질적인 저성장에 빠져서, 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 특수를 누릴 때도 혜택을 보지 못했다. 결국 2020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졌다. 엘살바도르도 2001년 달러화를 시작했으나 경제 성적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로 중미 최하위권에 속한다. 아르헨티나도 1991~2002년에 달러화에 준하는 달러 페그제(페소와 달러를 일대일로 연동)를 시행한 바 있다. 초기에 물가가 안정됐지만 실업, 소득 불평등 문제 악화와 임금 하락이라는 부작용 끝에 폐지했다.

세르히 라나우 옥스퍼드경제연구소의 신흥시장 전략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아르헨티나는 위중한 환자라서 건강한 환자에게 하지 않는 처방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달러화는 불완전한 대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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