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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팁 금액 제시 불쾌” 본고장 미국서도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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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자동 주문 기기인 키오스크 도입이 확산하며 팁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언제, 얼마나 팁을 주는 것이 맞는지 등 팁 문화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자동 주문 기기인 키오스크 도입이 확산하며 팁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언제, 얼마나 팁을 주는 것이 맞는지 등 팁 문화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키오스크 덕분에 비대면으로 팁을 요청할 수 있게 되면서 팁을 요청하는 업장이 늘어난 데다가 아예 원하는 금액을 먼저 제시하는 곳들이 늘면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현지시각)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진행한 팁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 조사 결과를 전하며 “미국인들이 언제, 얼마나 팁을 줘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2%는 5년 전보다 팁을 요구하는 곳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 식당이나 가게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해진 금액을 팁으로 먼저 요구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2%는 ‘매우 불쾌하다’고 답했다. 식당 등의 팁 제안을 찬성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24%뿐이었고, 32%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조사는 1만1945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8월7일부터 같은달 27일 사이 온라인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유튜버 올리버 샨 그랜트는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의 팁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올리버샘’ 유튜브 채널 갈무리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을 전후로 키오스크를 도입한 업장이 크게 늘면서 기존에는 팁을 받지 않던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게다가 고객에게 직접 팁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보니 키오스크 화면에서 금액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일정 수준의 팁을 요구하는 곳들도 늘었다고 한다. 가령 물건이나 음식값의 15%, 20%, 30% 등 팁 비율을 명시한 버튼을 ‘팁 없음’, ‘직접 입력’ 버튼 등과 함께 화면에 띄워 고객에게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팁을 서비스에 대한 만족을 표현하기 위한 자발적 의사표현으로 인식하던 미국인들은 이 같은 변화를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시비에스(CBS)는 “역사적으로 팁은 좋은 서비스를 보상하기 위해 고안됐으며 보통 식당이나 미용실, 택시 등 ‘감사 표현’이 직원의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종에서만 요구됐다”며 “그런데 디지털 결제 기기가 아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소액 결제 건에 대해서도 15∼25%의 팁을 요구하게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팁 지급 방식으로 인한 혼란도 감지된다.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1 정도만 팁을 줘야 하는 경우, 적정 팁 수준에 대해 확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에 따라 팁을 줘야 할지, 얼마나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의 생각이 엇갈렸다.

식당에서 외식하는 경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 언제나 팁을 낸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각각 81%, 65%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때(59%), 바에서 술을 마실 때(53%), 택시를 탈 때(43%)는 응답이 갈렸다.

식당에서 외식하는 경우 적절한 팁 수준을 두고도 반응이 갈렸다. 기존에 정석이라고 여겨지던 15%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37%였고, 15% 이하라고 답한 이들은 20%였다. 18∼20%라고 답한 이들도 34%나 됐다. 퓨리서치센터는 “팁 문화가 디지털 결제 기기·플랫폼의 확산 등으로 인해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리안 워너 존슨앤웨일스대 교수는 시비에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팁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일종의 자발적 기부였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뒤에도 업장들이 높아진 팁 수준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으면서 이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팁과 관련한 사회적 규범이 왜곡됐다”며 “이제 언제 팁을 줘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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