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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2인조 유튜버 장난 전화에 이번엔 이탈리아 총리 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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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지난 6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유럽 지도자들과의 회담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아프리카 정치권 인사를 사칭한 러시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지난 6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유럽 지도자들과의 회담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아프리카 정치권 인사를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의 장난전화에 속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속내를 털어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멜로니 총리가 아프리카연합위원장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 2인방의 장난전화에 속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불법 이주 문제 등 현안에 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이뤄진 13분가량의 통화 녹취 파일이 이날 캐나다의 한 영상 공유 플랫폼에 공개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멜로니 총리는 통화에서 “유럽 지도자들이 전쟁에 지쳐있다”며 “곧 모두가 이 전쟁에 탈출구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반격의 수준이 전쟁의 경로를 바꿀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서 뭔가 해결책을 찾지 않는 이상 전쟁이 최소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다들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멜로니 총리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중재에 나설 의향도 내비쳤다. 그는 “문제는 양쪽이 모두 수용할 수 있으면서도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 해법을 찾는 일”이라며 “내게 상황을 타개할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적당한 시점이 오면 이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멜로니 총리는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현해왔다. 멜로니 총리의 측근에 따르면 이 같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태는 정치계 고위 인사로 발돋움한 지 고작 1년이 조금 지난 ‘신참내기’ 총리에게는 매우 망신스러운 사건”이라며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언급 등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며 “멜로니 총리가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노력하던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9월 19∼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약식 회담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마침 그 전날 걸려온 전화에 속았다는 것이다.

멜라니 총리를 골탕 먹인 주인공은 블라디미르 쿠즈네소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로, 이들은 ‘보반과 렉서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코미디언이자 유튜버 2인조다. 친러 성향이 강한 이들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알렉세이는 1일 로이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로봇처럼 말하는 다른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들과 달리 적어도 멜로니는 진심을 얘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통화를 하는 동안 블라디미르가 통화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2인조는 과거에도 서구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 장난전화를 건 뒤 그 녹취 파일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식으로 망신주기를 일삼아왔다. 피해자 중에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크리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있다. 이들은 파월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에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해 접근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외무장관 시절에 이들의 전화에 속아 넘어간 바 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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