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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실종 1만명, 절반이 어린이…“건물 잔해 밑 주검 썩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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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의 한 병원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하게 다친 딸을 안고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라파흐/UPI 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

3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의 한 병원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하게 다친 딸을 안고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라파흐/UPI 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된 지 24일째를 맞는 30일까지 가자지구 내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더한 숫자가 1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의 거점이 있는 가자시티를 상대로 한 본격적인 지상전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지역의 적대행위 보고서’를 내어 개전 이후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8309명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유엔이 이 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7일엔 사망자가 7028명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이 본격화되며 나흘 동안 1천여명이 추가로 숨졌다. 숨진 이들 가운데 신원 파악이 어려운 이는 어린이 248명을 포함해 995명이었다.

아직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실종자는 어린이 1050명을 더해 1950명이었다. 실종자 대부분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데다 구조 작업이 이뤄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숨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가자지구 내 실제 사망자 수는 1만명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견줘 이스라엘 지역 내 사망자는 1400여명, 부상자는 5431명으로 27일 이후 큰 변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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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숨진 이들은 대부분 약자들이었다. 어린이(3747명), 여성(2062명), 노인(460명)이 전체 사망자의 75.5%를 차지했다. 한곳에 모여 있다 동시에 폭격을 받아 숨진 듯 가족 단위로 숨진 이들이 전체의 73.6%인 6120명이었다. 일가족 2~5명이 함께 있다 숨진 사례가 444건, 6~9명이 136건, 10명 이상의 가족이 숨진 경우도 192건이나 됐다. 30일에도 중부 지역의 대피소로 이용되던 한 결혼식장이 폭격당해 26명이 숨졌고, 한집에서 무려 3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장기화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는 이미 무너졌다. 부상을 입어도 치료는커녕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팔레스타인 민방위대 등 구조대와 적신월사(PRCS)가 연료 부족으로 구급차 운영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주검이 썩어가며 인도주의적, 환경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날마다 이어지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은 주택·학교·병원 등을 가리지 않았다. 개전 이후 주택 1만6천여채가 완전히 부서졌고, 작은 파손까지 합치면 전체의 45%(17만8천여채)가 피해를 입었다. 학교 등 교육시설의 40%가 망가져 62만여명이 공부할 기회를 빼앗겼고, 1차 의료시설 3분의 2, 병원은 3분의 1이 문을 닫았다. 식량도 7일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은 평소의 절반 분량의 빵을 배급받으려면, 5~6시간씩 대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3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전을 펼치는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를 겨냥한 본격 작전을 앞두고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남부로 이동하라”는 강력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행동할 수 있는 창이 닫히고 있으니,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라. 이건 단순한 예방 조치가 아닌 긴급 호소”라고 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전체 인구(약 220만명)의 3분의 2인 140만여명이 이미 집을 떠나 난민이 됐다. 이 가운데 67만명은 유엔이 운영하는 시설 150곳에 몸을 맡기고 있다. 유엔은 “현재 대피소당 평균 난민 수가 수용 인원의 세 배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가자지구 사람들을 돕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21일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0대가 처음 이집트 라파흐 검문소를 통과한 뒤 지금까지 가자지구로 들어간 트럭은 117대에 불과하다. 분노와 공포에 휩싸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29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식량 창고를 약탈했다.

더 큰 문제는 앞날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피해는 이후 전개될 ‘진짜 비극’의 극히 일부일 수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혀왔고, 군사작전을 끝낸 뒤 가자지구를 어떻게 통치할지 밑그림을 그리지 못한 상태다. 미국 역시 이스라엘의 폭주를 방조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이 인도주의적 지원과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자격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왔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 방위군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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