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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 비판’ 직장인 블랙리스트까지…미 분열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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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무슬림들이 21일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의 충돌에 관해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무슬림들이 21일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의 충돌에 관해 소셜미디어에서 팔레스타인 쪽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미국 대기업 직원들 이름을 적은 블랙리스트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갈등하고 연예계로도 논란이 번지는 등 이-팔 문제를 놓고 미국 내부의 대립도 심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과 마스터카드 등의 ‘반이스라엘 직원들’ 수천명의 이름과 직장을 알리는 웹사이트가 등장했고, 프로필 사진, 링크트인 페이지, 포스트도 공개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 웹사이트를 처음 만든 헤지펀드 매니저는 “내가 이런 회사에 다니고, 그곳의 친구가 링크트인에서 하마스를 칭송한다면 난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구글 디자이너는 “이스라엘의 폭격에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동료 팔레스타인인들과 무고한 어린이들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링크트인에 올린 게 꼬투리를 잡혔다. 그는 “너의 테러리즘 지원은 감시당하고 기록되고 있다”거나 “앞으로 직장 잘 구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판하거나 가자지구의 재난에 대해 언급한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대학생들 이름을 적은 블랙리스트도 돌고 있다. 앞서 보수 단체가 이스라엘 비판 성명을 주도한 하버드대 학생들 이름을 전광판에 띄운 트럭을 학교 주변에서 운행하고, 이런 학생들 취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었다. 한 뉴욕대 학생은 로펌 채용을 취소당했다.

미국 기업들은 정부와 다수 여론에 맞춰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프리 소넌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달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150곳이 하마스나 반유대주의를 규탄하거나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집계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사업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며 “가자지구 직원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21일에는 유럽에서 열리는 대규모 기술 콘퍼런스인 ‘웹 서밋’의 패디 코스그레이브 최고경영자가 이스라엘 비판이 논란이 되자 2009년부터 맡아온 자리에서 사임했다. 그는 13일 서구의 이스라엘 지지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동맹국이 저질러도 전쟁범죄는 전쟁범죄”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구글, 인텔 등이 다음달 콘퍼런스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기술 기업들은 젊거나 이슬람이 배경인 직원들한테는 반발을 사고 있다. 한 메타 직원은 사내망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하자’는 포스트는 제거되고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하자’는 그렇지 않다고 항의했다. 최고경영자 등이 하마스 비난 성명을 낸 곳들에서는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에도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을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글에서는 아마존과 함께 추진하는 이스라엘군과의 인공지능(AI)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에 직원 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갈등은 연예계로도 번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미디언 데이비드 셔펠이 19일 보스턴에서 개최한 쇼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이유로 학생들 취업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가 입을 다물라고 소리치는 관객과 입씨름을 했다고 전했다. 셔펠은 이스라엘도 무고한 이들 목숨을 빼앗는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관객은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고 한다. 20일에는 유대계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작가 70여명이 작가조합이 하마스 규탄 성명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회비 납부 중단 등 대응 방안을 의논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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