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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군”에 중국 “멍군”…반도체 막자 흑연 수출 통제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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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독일 잘즈기터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2차 전지를 만드는 과정에 흑연 가루가 쓰이고 있다. 잘즈기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자원을 미국의 기술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에...

지난해 7월 독일 잘즈기터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2차 전지를 만드는 과정에 흑연 가루가 쓰이고 있다. 잘즈기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자원을 미국의 기술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에 낭비할 필요가 없다.”(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중국이 미국의 첨단 분야 기술 제재에 맞서 광물 자원 통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통제 대상을 반도체 소재에 이어 2차 전지(배터리) 분야로 확장하면서, 한국의 두 핵심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8월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두 달 만인 지난 20일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흑연의 수출을 오는 12월부터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고순도·고강도·고밀도 인조흑연 제품·재료와 구상흑연·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 제품·재료 등을 수출하기 전에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이번 흑연 수출 통제는 미국이 지난 17일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기술 통제 관련 추가 조처를 내놓은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기술통제 정책인 디리스킹(위험 회피)에 대응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도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조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 보장, 국가 안보와 이익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도 22일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는 합리적’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글로벌 첨단 산업 체인은 이미 일부 국가의 패권적 행동으로 붕괴됐고, 중국이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중국 쪽 조처의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공급망 다양화의 필요성을 부각한다. 미국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광물 자원을 활용한 대미국 대응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내놓은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처의 경우,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통제 대상이 된 흑연의 경우 전기차 등에 쓰이는 2차 전지의 주요 소재이고,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수출 통제의 파급력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전지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흑연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90%가 넘는 상황이다.

미국 디리스킹 정책에 대한 방편으로 광물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중국이 전 세계 광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광물 보유국이기도 한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미와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 광산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원을 선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희토류 15종을 포함한 핵심 원재료 51종 중 중국 점유율이 가장 높은 광물이 33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광물 가공 부문의 영향력도 막강해서 망간의 95%, 코발트 73%, 흑연 70%, 리튬 67%가 중국에서 정제돼 전 세계로 수출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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