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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배고픈 고통…‘안락사’ 곰 위장 막은 물티슈·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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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곰들이 주택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종이타월, 물티슈, 비닐봉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안락사한 수컷 ...

굶주린 곰들이 주택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종이타월, 물티슈, 비닐봉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안락사한 수컷 아메리카흑곰의 뱃속에서 발견된 쓰레기들이다.

앞서 이날 오후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은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시 강변 산책로 근처에서 아프거나 다친 곰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 곰은 텔루라이드시에서 꽤 잘 알려진 곰이었다. 과거에도 공공장소에 들어갔다가 쫓겨났고 올 여름 초 발생한 ‘곰 주택 침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안락사한 수컷 아메리카흑곰의 뱃속에서 종이타월, 물티슈, 비닐봉지 등이 발견됐다.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그러나 다시 만난 곰의 눈은 잔뜩 부어 있었다. 열이 나고 눈과 입에서 분비물도 흘러 나왔다. 곰은 구부정한 자세로 움직이기도 꺼려 했다.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은 곰이 심한 복통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안전상의 이유도 있었기 때문에 이날 오후 곰을 안락사 시켰다.

레이첼 스랄라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 관리자는 13일 입장문을 내어 “아픈 곰이 고통 받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며 “약 181㎏의 매우 뚱뚱한 곰이 굶어 죽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텐데 이는 끔찍한 죽음의 방식”이라며 곰을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던 이유를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은 안락사 이튿날 곰을 부검했다. 부검 결과 곰의 위와 창자를 연결하는 부위가 쓰레기들로 막혀 있었다.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음식물을 발견한 곰이 물티슈, 종이타월, 비닐봉지 등을 함께 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 쪽은 입장문에 “종이타월, 소독용 물티슈, 냅킨, 비닐봉지, 식품 포장지 등이 위장과 창자의 연결부를 막아 곰이 굶주리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음식물이 위 속에서 부패하며) 세균에 감염돼 장이 부풀어 있었다”고 썼다. 

스랄라는 18일 시엔엔(CNN)에 “이 곰은 아마도 몇달 동안 굶주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먹고 또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곰이 죽어가면서 겪었을 슬프고도 끔찍한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곰의 죽음은) 쓰레기를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경고”라고 덧붙였다.

곰이 사람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를 먹고 고통 받는 일은 드물지 않다. 곰은 후각과 기억력이 뛰어나 멀게는 약 8km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를 맡고 먹이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8년 텔루라이드시는 곰을 비롯한 야생 동물이 뒤질 수 있는 쓰레기통은 잠금 장치로 고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했다. 스랄라는 “곰에게 더 나은 이웃이 되고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게 이 조례를 준수해달라”고 말했다.

콜로라도야생동물관리국은 시엔엔에 쓰레기통은 쓰레기 배출일에 내놓고, 관광객들도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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