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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에 10%p 차로 우세”…한반도 안보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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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전 대통령이 내년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지며 전세계 수도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전 대통령이 내년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지며 전세계 수도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외국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두번째 임기는 첫번째보다 극단적이고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본다.”(포린어페어스)

2024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가 갈수록 심상찮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등 미국의 동맹들을 깊은 시름에 빠뜨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이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발표한 대선 가상 대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52% 대 42%로 앞섰다. 8월 이후 나온 다른 가상 대결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포인트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이번엔 오차 범위(±3.5%)를 크게 뛰어넘어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다만 엔비시(NBC) 방송이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같은 날 공개한 조사를 보면 둘은 각각 46%로 여전한 백중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선에 앞선 1차 관문인 공화당 경선에선 확실한 우위를 굳히고 있다. 13일 발표된 퀴니피액대 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층에서 62%의 지지율로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50%포인트나 앞섰다. 내년 1월에 시작되는 공화당 경선에서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런 흐름 때문에 전세계가 ‘트럼프 2.0’ 시대가 자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이 현실화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뒤 2년9개월 동안 쌓아온 ‘외교 유산’이 하루아침에 ‘리셋’(초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과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같은 신념을 가진 동맹국들을 단단히 규합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2017년 1월~2021년 1월)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때때로 동맹들을 적대시하거나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라며 윽박질러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가 다시금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지난 17일 방영된 엔비시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처럼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미군을 보내겠다고 하겠냐는 질문에 “난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며 “그렇게 말하면 거저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주장도 다시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룰지 밝히진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천재적”이라거나 “뛰어나다”고 평가해온 그가 재집권하면, 향후 국제질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대만해협(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에 대한 정책이 근본부터 뒤바뀔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강화해 러시아에 맞서고, 동아시아에선 한·미·일 3각 동맹, 오커스, 쿼드 등을 통해 중국을 겹겹이 포위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미국의 이런 기조에 적극 호응하면서 집권 초부터 대북 강경 정책을 펼치고, 3월엔 민감한 역사 현안에 일방적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한-일 관계를 개선했으며 8월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각 동맹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환하면, 이 모든 정책이 가능했던 기본 전제들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역시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에 대한 압박 강화가 예상된다. 재임 중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대폭 인상을 주장할 게 확실시된다.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임기 첫해인 2025년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방위비 협상이 한국에는 험난한 고비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지난 7월 공화당의 재집권에 대비해 보수 성향 전문가들을 모아 내놓은 정책 제안 보고서가 “미국의 국방 전략에서 비용 분담을 핵심적 부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를 예고한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감축을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도 다분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안보 정책을 담당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한국과 일본에서 분담금을 더 받아내려면 “미군 철수로 위협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는 두번째 임기의 우선 과제로 하자”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류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은 돈 낭비이고, 한국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물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최대 외교 성과로 내세워온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강화한 지난 4월 ‘워싱턴 선언’도 사문화될 수 있다.

북한과 대화 재개 여부도 핵심적 문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성과로 내세워왔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대미 정책이 크게 바뀌어 대화가 재개될지 분명치 않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김정은을 다시 만나 중단된 대화를 어어가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은 윤석열 정부를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북-미 대화에서도 한국을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최근의 한·미·일 안보 협력 제도화 노력도 직접적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미·일 3각 협력, 대북 제재 강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전략자산 수시 전개를 통한 대북 압박 등 바이든·윤석열 행정부가 짜놓은 안보 구도가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악의 경우 안보 문제의 핵심 상대인 미·북 양쪽에서 외면당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고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트럼프 2.0’ 시대가 현실화하면 트럼프주의의 위력은 집권 1기 때보다 강력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니얼 드레즈너 터프츠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5년 전과 달리 트럼프는 정통 공화당 지도부보다 트럼프주의를 훨씬 더 따르는 의원들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행정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던 집권 1기와는 달리 4년간의 대통령 경험이 그에게 극단적 정책에 반대하는 관료들을 압도하는 데 유용한 경험을 쌓아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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