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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유럽 경제위기…이민자는 위협 아닌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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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최남단 섬인 람페두사에서 플라비오 디자코모 유엔 국제이주기구 지중해협력사무소 대변인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한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그의 뒤쪽으로 지...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최남단 섬인 람페두사에서 플라비오 디자코모 유엔 국제이주기구 지중해협력사무소 대변인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한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그의 뒤쪽으로 지중해에서 구조된 이주민이 들어오는 파발로로 부두가 보인다. 람페두사/노지원 특파원

현재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선 시리아 내전의 장기화로 무려 100만명의 이주민이 몰려들었던 때(2015년)와 비슷한 제2의 이주민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7년부터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서 일한 플라비오 디자코모 국제이주기구 지중해협력사무소 대변인은 현재 상황을 “인도주의적 긴급 상황”이라고 부르며 “리비아와 튀니지의 정치적 위기가 커지면서 그동안 이 지역으로 몰려든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위험하게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년 동안 아프리카 난민들의 유럽 이주 흐름을 지켜봐온 그에게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을 둘러싼 현재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물었다.

―현재 유럽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올해 약 13만명의 이주민이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지난해보다 두배 많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70%(약 9만명)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영토인) 람페두사로 왔다. 그동안엔 이 섬으로 도착하는 비중이 8%에 불과했는데 10배 가까이 늘었다.”

―왜 이렇게 이 섬으로 사람이 몰리나? 2015년 1차 이주민 위기 때와 차이는?

“그땐 리비아에서 출발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젠 대부분 튀니지에서 출발한다. 예전엔 비정부기구와 유럽의 구조 시스템에 따라 이주민을 바다에서 구해 시칠리아 등 큰 항구로 데려왔다. 그런데 더 이상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주민들이 튀니지 스팍스에서 10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람페두사로 오는 이유다. 최단거리(직선거리로 약 182㎞)이기도 하고 안전한 루트였는데 이제 거꾸로 가장 위험한 길이 됐다.”

―왜 더 위험해졌다고 말하나?

“튀니지발 철제 보트가 문제다. 부서지기 쉽고 약하다. 최악의 배다. 구조하러 가보면 이미 배 안에 물이 차서 발을 담그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밀수꾼들은 돈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 이런 조악한 배를 제공한다. (배의 가격은) 500∼700달러 수준인데 심한 경우 300달러짜리도 있다고 한다. 지중해에서 올해 확인된 실종자 수만 2천명이 넘는다.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유령 난파 사고’까지 합하면 희생자 수는 3천, 아니, 4천명에 달할 수 있다.

3일(현지시각) 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보트가 불을 밝히며 대기하고 있다. 람페두사/노지원 특파원

―올 들어 튀니지발 이주민이 왜 이렇게 많아졌나?

“올해 도착하는 이주민은 코트디부아르 등 국적으로 수년 동안 튀니지에서 살고 일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가 이탈리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현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정치적 위기 등이 심해졌다. 강도·폭행을 당하고 심한 경우는 살해당했다. 내가 만난 한 이주민은 자기 남동생이 길에서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으려다 죽임당했다고 말했다. 안전하게 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리아 난민이 많았던 2015∼2016년 이후 제2의 위기라고 볼 수 있나?

“작은 섬에 이주민이 몰리는 게 문제다. ‘인도주의’의 긴급 상황이다.”

―해결책이 있을까?

“이주민이 안전하게 유럽에 올 수 있는 정규 입국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밀수꾼에게 돈을 주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민이 람페두사에 도착하기 전에 구조해 시칠리아로 이송하고 튀니지·리비아 같은 국가가 인권을 존중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끔찍한 구금 시설에 억류되고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데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이주민이 위협이라는 논리는 완전히 틀렸다. 인구 감소에 따른 거대한 경제 위기를 마주한 유럽에 이민자는 ‘해결책’이다. 향후 25년 안에 인구의 47%가 은퇴한다. 당장 서너달이 아니라 15~20년을 내다봐야 한다.”

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의 파발로로 부두 풍경. 바다에서 구조된 이주민은 이 부두를 통해 섬으로 들어온다. 이 부두에는 “국경이 아닌 사람을 보호하라”(proteggere le persone, non i confini)는 벽화가 새겨져 있다. 람페두사/노지원 특파원

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서 이주민이 타고 온 나무 보트가 치워지고 있다. 람페두사/노지원 특파원

―유럽연합(EU)은 최근 이주민 억제 대책으로 튀니지 정부에 돈을 주겠다고 한다.

“(지난 6월 지원 계획이 나왔는데) 도착하는 이들은 오히려 늘고 있지 않나. 유럽은 튀르키예·리비아에서도 같은 일을 했다. 며칠이나 몇달은 도착하는 이가 줄어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주민이 리비아에 도착하면 그들은 인권침해·폭력·고문·납치 등의 피해자가 돼 결국 다시 목숨을 건 여정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지중해에서 죽은 이는 2만2300명에 이른다. 유럽은 항상 같은 해결책을 내놓지만 작동을 하지 않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한다.

“튀니지·이집트 등 극히 일부 국가 외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송환을 위한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환하려면 본국 대사관과 협력해야 하는데 그럴 리 없다. 정치적 이유다. 서아프리카 국내총생산의 5%는 (외국으로 간) 이주민이 (가족 등에게) 보내는 송금액이다. 왜 나라에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을 돌아오라고 하겠나.

이탈리아 정부는 이른바 (박해에 대한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안전한 국가’로 여겨지는 예컨대 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감비아 등 국적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빨리 송환되도록) 망명 절차를 빨리 끝내길 원한다. 이주민한테 ‘여기 오면 센터에 갇혀서 나가지 못하고, 수개월 대신 2주 안에 본국으로 추방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다. 또한 이 ‘안전한 나라’라는 건 매우 교묘한 개념이다. 출신 국가가 안전하다고 간주하는 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 많은 유럽 국가가 이 개념을 이야기 하는데 잘못됐다.”

―현재 람페두사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2007년부터 람페두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17년 동안 이탈리아 정부는 체계적인 이주민 접수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주민이 좀 덜 올 때 접수 센터를 줄였다. 이제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자리가 없다. 이주민이 올 거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이 사태는 정치권이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편 탓이다.”

람페두사/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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