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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에 ‘개입’ 경고…“공격 안 멈추면 통제 불능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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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촌에서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에 부상당한 한 여성이 구조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4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주...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촌에서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에 부상당한 한 여성이 구조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4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제시한 대피 안전 보장 시한이 끝나자 육·해·공군 합동의 전면적인 하마스 괴멸 작전을 선언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통제 불능 사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란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중동 전체를 뒤흔드는 ‘국제전’으로 번지게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오후 누리집 등을 통해 성명을 내어 육·해·공군 합동으로 가자지구 북부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군인들이 중차대한 지상 작전에 중점을 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 공격에는 공중, 해상, 지상 공격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이 작전이 “광범한 전투 지역”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언제 지상전을 개시할지 등 상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등에 있는 하마스의 행정·군사 조직을 완전히 괴멸시킬 것을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의 이날 발표는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제시한 대피 시한이 끝난 뒤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1일 밤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남쪽으로 피하라고 통보한 데 이어,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두 개의 대피 통로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는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제시한 대피 통로가 안전하지 않다며 주민들에게 대피하지 말라고 밝혔다. 실제 13일 이스라엘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힌 대피 통로 2곳 가운데 한 곳인 살라흐알딘 도로에서 피란에 나섰던 주민 70여명이 폭격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마스는 대피 차량으로 붐비는 도로를 이스라엘군이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인권단체 알하크와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 분석 등을 통해 이스라엘이 안전을 보장한 도로에서 폭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110만명이나 되는 주민이 오도가도 못하는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명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성명에서 “전체 국경이 포위된 상태에서 100만명 넘는 사람이 인구 밀집 지역을 음식도 물도 없는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신생아와 환자들에게 피란 요구는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지난 7일부터 가자지구에선 2200여명, 이스라엘에선 1300여명 등 지난 8일 간 3500명이 숨졌다. 유엔은 14일 현재까지 가자지구 내 난민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본격화되며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은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경고하며 본격 개입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쓴 글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각 중단되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영향이 아주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같은 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토르 베네슬란드 유엔 중동평화 특사를 만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가자지구 이스라엘 이집트

이런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의 셰바 지역에 있는 이스라엘 진지를 정밀 유도탄 등으로 폭격했다. 이스라엘군도 헤즈볼라의 국경 침투를 막기 위해 탱크와 야포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를 공격했다. 언론인들의 피해도 본격화되고 있다. 13일 밤에는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서 취재하던 로이터 통신 소속 영상 담당 기자 이쌈 압달라가 숨지고 로이터·아에프페(AFP) 통신과 알자리라 방송 소속 언론인 등 모두 6명이 다쳤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총리 안보 보좌관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레바논 국경 두곳의 전선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헤즈볼라에 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 사회의 구호품이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에 속속 도착하고 있으나 구호품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할 방법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나이 반도와 가자지구 사이의 국경은 이집트 정부가 통제하고 있으나, 2007년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의 동의가 있어야만 구호품을 국경 너머로 전달할 수 있다. 이집트는 자국 국경을 통해 ‘인도 회랑’을 열어 가자지구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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