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물·전기 다 끊는다…‘세계 최대 감옥’ 가자지구 생사 기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 이후 가자지구에 물·식량·전기·가스 공급 등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미 ‘세계 최대의 감옥’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비비시(BBC) 는 9일(현지시각) 지난 7일 하마스의 전면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참상을 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남부 베르셰바 남부군사령부에서 가자지구를 “완전히 포위하겠다. 전기도, 식량도, 물도, 연료도 없을 것”이라며 전면 봉쇄를 선언했다.

이스라엘 인프라부는 이후 가자지구에 전기·연료·식량·물 공급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2007년 6월 이 지역을 장악한 뒤에도 물과 전기 등을 공급해 왔다.

가혹한 보복 공습도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0일 오전 엑스(옛 트위터)에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의 목표물 1290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봉쇄 조처로 인해 16년 동안 가자지구에 사실상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220만여명이 물·전기·식량 공급 등이 끊긴 상태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스라엘의 가혹한 보복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마스의 선제공격 이후 이미 의약품과 식품을 포함한 구호품이 끊겼다고 말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수도와 위생시설이 파괴돼 40만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서비스가 중단됐다. 유일한 전력 공급원인 가자 발전소에 며칠 내로 연료 공급이 중단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 있는 병원들이 의약품과 연료 부족 등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독일 등 팔레스타인을 지원해온 서방국가는 이번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지원 중단 및 재검토를 선언하고 있어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보복 선언 이후 공포에 떨고 있는 평범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폭격에 노출된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하지만 철저히 봉쇄된 가자지구 내에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시엔엔(CNN)은 전했다.

그동안에도 이스라엘의 철저한 봉쇄로 인해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쉽지 않은 가자지구는 현재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무장 병력에 겹겹이 포위돼 있다. 서남쪽이 이집트 국경과 연결돼 있지만, 현재 엄격한 국경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결국 주민들 상당수가 집에 머물거나 그나마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위험이 병원 주변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시엔엔은 하마스의 선제공격 이후 ‘엇갈린 감정’이 주민들을 휘감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격에 통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보복에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 명의 가족을 둔 하니 엘 바와브(75)는 “공황과 공포 속에 살고 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매 순간 그들(이스라엘)이 우리를 공격해왔다. 이번엔 달랐다”며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돌 사흘째인 9일 현재 이스라엘에선 800여명, 가자지구에선 700여명이 희생돼 사망자는 총 1500명으로 늘었다. 가자지구는 지구 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로 360㎢ 면적에 약 23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에 막혀 16년 동안 바깥 세계와 단절돼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가자지구를 “세계에서 가장 큰 창살 없는 감옥”이라 부른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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