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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결국 극한 충돌…극우 연정이 갈등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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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이 8일 가자 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가동되고 있다. 아쉬켈론/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이 8일 가자 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가동되고 있다. 아쉬켈론/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출범한 뒤 나라 안팎에서 갈등·대립·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안으로는 사법개편 추진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밖으로는 정착촌 확대와 동예루살렘 지배권 강화 시도로 인해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극우 연정의 폭주로 사회가 혼란해진 틈을 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례 없는 대규모 무력 공격을 가한 모양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극우 시오니스트 정당의 극우 연정은 올해 1월 초부터 사법부의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한 사법개편을 추진해왔다. 정통 유대교 교리 등 극우적 의제를 사법부의 견제 없이 강행하기 위한 밑돌을 놓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극우 연정의 이 시도는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시민들이 사법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자, 예비역 장병들과 현역 안보 담당 고위 인사까지 힘을 보탰다. 요아브 갈란드 국방장관은 지난 3월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며 “사법 개편을 중단할 것”을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대 시위가 정점에 이르렀던 7월에는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 연일 수십만명이 모여 “사법개편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외쳤다.

국민들의 반대가 예상 밖으로 거세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과 대화하겠다”며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시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틈을 타 지난 7월 말 정부 정책이 불합리할 경우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법부의 권한을 삭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 이스라엘 기본법(헌법에 해당)을 전격 통과시켰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머지 개편안 내용도 추후 입법화할 뜻을 내비쳐, 추가 갈등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이스라엘의 극우 연정은 밖으로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나서면서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등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극우 연정은 이를 무시하며 ‘불법’ 정착촌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정착촌 담당 부처를 새로 만들고, 그동안 불법으로 규정해온 ‘비공인 외딴 정착촌’까지 합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팔레스타인 당국과 정착촌 문제를 둘러싼 협의에 나지만, 양보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슬람·유대교·기독교 등 세계 3대 종교의 공동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성전산’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곳엔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성전산엔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합의에 따라 유대교도 출입은 할 수 있지만, 기도와 예배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다. 유대교도는 서쪽 벽인 ‘통곡의 벽’에서만 기도와 예배가 허용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치안)장관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 이곳을 방문해 “유대교도도 자유롭게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 여파로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과 이스라엘 유대인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겹치는 4월 이곳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이 충돌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알아크사 사원에 난입해 안에 있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해산키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5월에도 이스라엘 극우들이 이 지역에서 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깃발 행진’을 벌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들과 충돌했다. 극우 연정의 폭주로 팔레스타인의 반발이 거세지고, 다시 이스라엘 당국의 탄압도 거칠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지난 4월 이스라엘 인권단체를 인용해 당시 “정식 기소 또는 재판 절차 없이 구금된 팔레스타인 주민이 1016명”이라며 이는 “2003년 이후 20년 만에 최다”라고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이스라엘군의 총격과 폭력 등에 의해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은 227명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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