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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뒤집은 주식양도세 완화…단 이틀 입법예고 ‘졸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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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한 내용을 정부가 일방...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한 내용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인다. 유례없는 ‘이틀짜리 입법예고’도 내어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대주주) 중에 종목당 보유금액(개인별)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올해 12월28일 기준 상장종목당 ‘10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을 보유한 투자자도 내년부터는 주식 매도(내년 1월1일 이후 매도분)에 따른 양도차익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재부는 “고금리 환경 지속,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과세 대상 기준 회피를 위한 연말 주식 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완화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런 결정을 내린 구체적인 판단 근거와 효과는 제시하지 못했다. 종목당 주식을 10억원 이상∼50억원 미만으로 보유한 이들의 양도세금을 면제해주는데도, 이에 따른 세수 감소액 추정치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연말 주식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정책 목표도 막연한 기대감에 불과했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기준을 바꿈으로써 전보다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거란 기대를 갖고 정책을 결정했다”면서도 “계량화된 숫자로 효과를 분석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야 합의를 뒤집는 것인데도 국회와 협의 절차도 없었다. 현행 대주주 기준인 ‘10억원 이상’은 지난해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2년 연기하는 대신 2024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된 내용이다. 2025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제도를 없애는 대신에 모든 투자자의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법이다. 지난해 여야 협상 당시 기재부는 종목당 100억원으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완화하자고 제안했지만, ‘부자 감세’라며 반발한 야당과 정부 여당이 협의한 끝에 10억원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기재부는 야당과 협의는커녕 이날에야 입법예고 사실을 사후 통보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주까지도 기재부 쪽에서 주식양도세 완화 추진 시 일방통행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물밑에서 했었다”며 “그러나 협의는커녕 사후 통보로 뒤통수를 쳤다. 당당하게 할 거라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계획을 밝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배병관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야당과) 협의해서 결정하려면 너무 지연돼서 (협의하지 않았다)”며 “기존에 여야가 합의한 부분을 고려해 (지난해 기재부가 제시했던 100억원보다 적은) 50억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최상목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려던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는 취소됐다. 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는 “정부가 야당 뒤통수를 때린 상황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전체회의가 열리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22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친 뒤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연내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입법예고를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 기간은 단 이틀이다. 이날 국회 예산안 결의로 인해 사실상 기재부가 의견을 청취하는 날은 22일 단 하루뿐이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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