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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권한 줄이고, 전관 설 자리 없애고…‘안전 붕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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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12일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연합뉴스 12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토지주택...

국토교통부는 12일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연합뉴스

12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과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은 지난 4월 인천 검단에서 시공 중인 엘에이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사고가 발단이 됐다. 이후 엘에이치 단지들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 누락이 잇따라 확인되자, 지난 8월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며 문제의 원인을 카르텔로 지목한 바 있다. 이후 약 넉 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 발표된 대책의 핵심은 지금껏 추진된 적 없는 ‘공공주택사업 공공-민간 경쟁 체제’ 도입이다. ‘전관’을 고리로 한 공공주택사업 안에서의 카르텔을 해체하는 것을 넘어, 엘에이치가 주도해온 공공주택사업의 ‘판’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 민간 건설사도 공공주택사업 시행 추진

정부가 이처럼 공공주택사업 공공-민간 경쟁체제 도입이란 전례 없는 방안을 꺼내놓은 것은, 앞서 엘에이치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이 수차례 추진됐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2021년 3월 엘에이치 땅투기 사건 이후 정부는 엘에이치 퇴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을 확대하고 준법감시관을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도 최근 ‘철근 누락’ 사태의 근본 원인이 ‘전관을 고리로 한 카르텔’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전에 없던 추가 대책 마련에 부심해왔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과거 2009년 이전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따로 있던 것처럼) 조직을 분할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인력이 더 늘어나고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며 “그래서 엘에이치 조직은 유지하되 힘을 빼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엘에이치가 직접 시행을 하더라도, 설계 공모와 설계사·시공사 선정 업무는 조달청에, 감리용역업체 선정권은 국토안전관리원 등 건설안전 전문기관에 위탁되는 방안 역시 거대 발주처로서의 엘에이치의 힘을 빼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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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 총괄은 건축사가, 구조 도면은 기술사가

이날 정부는 건설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카르텔 혁파 방안도 함께 내놨다. 고질적인 건설산업 내 문제로 지목되는 ‘감리의 시공 예속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공동주택뿐 아니라 다중이용 건축물도 건축주가 아닌 허가권자(지방자치단체)가 감리를 심사해 지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설계 측면에선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전체 도면 중에 구조 도면은 ‘구조 계산’ 전문가인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관련 고시(주택의 설계도서 작성 기준) 개정이 추진된다. 이는 철근 누락이 발견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사례 가운데 상당수가 ‘건축사의 설계 수주→구조기술사의 구조 계산→제3의 업체의 구조 도면 작성’ 과정에서 책임과 권한 소재 불분명으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구조 계산이란 건물의 여러 하중과 필요 재료를 계산해 결정하는 작업을 뜻한다. 건축물이 고도화되며 갈수록 구조설계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는 설계 단계에서 구조기술사가 참여해야 하는 건축물(6층 이상 건물 등)에 대해서는 감리 단계에도 구조기술사가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대책 가운데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해 내년 총선 이후에나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공공주택사업 경쟁 체제 도입을 위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은 야당이 법안 처리를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간 주도 공공 개혁을 표방하며 공공사업을 수익사업으로 변질시켰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이 건설경기 침체 속에 처한 민간 건설사를 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는 입장을 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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