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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영구채 처리 이견에…늦어지는 ‘HMM 새 주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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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대형 컨테이너선. HMM 제공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본입찰이 이뤄진 지 2주가 지났지만, 우선협상대상...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 HMM 제공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본입찰이 이뤄진 지 2주가 지났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매각 주체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공사)가 가진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처리를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일부에선 개각 일정이 맞물린 것도 매각 지연의 원인으로 꼽는다.

애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늦어도 이달 초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에이치엠엠 본입찰이 이뤄진 지난 11월23일 산은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는 통상 1~2주가 소요되나,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1일은 본입찰 이후 18일째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걸리는 통상적인 시간을 넘긴 지 오래다. 에이치엠엠 매각전에는 동원로엑스를 앞세운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제이케이엘(JKL) 컨소시엄 두 곳이 뛰어든 상황이다.

에이치엠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의 막판 걸림돌로는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가 꼽힌다. 이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하림 쪽이 ‘에이치엠엠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미뤄달라’고 산은 등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자, 동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관련 대응을 위해 법적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8일 산은 등 채권단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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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과 공사가 가진 에이치엠엠의 잔여 영구채는 1조6800억원 규모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은과 공사가 보유한 에이치엠엠 주식 1억9879만156주에 영구채 2조6800억원 가운데 1조원어치(2억주)를 주식으로 전환한 3억9879만156주다. 산은과 공사는 영구채 가운데 이번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1조원어치를 뺀 1조6800억원의 잔여 물량을 중도상환일이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2025년까지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에이치엠엠 영구채는 중도상환일인 발행 5년이 지나면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이 붙어있다. 시장에서 사실상 5년짜리 만기 채권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잔여 영구채는 입찰에 뛰어든 기업에 큰 부담이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과 공사는 에이치엠엠 지분 32.78%를 보유하게 된다. 인수 기업으로서는 수조원을 들여 에이치엠엠 최대 주주(지분 38.9%)로 올라서더라도, 2대 주주인 산은과 공사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는 구조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소유 지분에 따라 지급되는 배당금 규모도 줄어든다. 하림 쪽이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미뤄달라고 요구하는 까닭이다. 하림 관계자는 이런 요구와 관련한 물음에 “매각 협상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채권단이 매각 협상과 관련해 의견을 달라고 했을 때, 수정 의견을 내는 것은 일반적인 인수합병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애초 입찰 전제를 바꾸는 것이어서 불공정하다는 게 동원 쪽 주장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에이치엠엠 주식 매각 공고를 보면, 매각 지분율이 38.9%로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 지분율로 명시돼 있다”며 “하림 쪽 요구대로 잔여 영구채 전환을 3년 유예하게 되면, 이 기간에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늘기 때문에 유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동원은 하림 쪽보다 입찰가격을 다소 낮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처음부터 영구채 매각 유예 조건이 있었다면 본입찰 참여 당시 입찰 가격을 더 높게 썼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최근 개각으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교체된 점도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은 요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각각 기재부, 해수부 산하 기관인 데다 이번 매각 작업은 해운 산업 재편이라는 산업 정책적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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