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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한국에 오지 않으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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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산타클로스 복장의 남성. 뉴욕/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

2017년 11월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산타클로스 복장의 남성. 뉴욕/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전과 달리 느긋하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중단을 넘어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앞서가는 주장일 수 있지만 금융시장은 미 연준이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총 4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10월의 긴축 발작 공포를 해소하고 금리인하까지도 기대하게 된 계기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지속해서 낮아지는 현상) 가시화다. 10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유가 급락과 함께 물가 안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고용시장의 둔화, 즉 임금상승률 둔화가 디스인플레이션에 시동을 걸어주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당장 미국 국채금리 급락으로 이어졌다. 연 5%를 넘나들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 달 만에 4% 초반까지 급락했다. 국채금리 급락은 미국 경기가 침체를 피해 연착륙할 토대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숨어있던 유동성이 재차 활력을 찾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주었다. 지난달 중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채권 가격도 동반 급등하는 소위 ‘만물 랠리’(All things rally)가 나타났는데 여기에 유동성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금리 공포에 움츠리고 있던 자금이 물가 및 금리인하 기대감을 등에 업고 각종 자산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무엇보다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긍정적인 것은 내년 글로벌 경제가 잘하면 부채와 침체 리스크를 피할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이다. 중물가-중금리 국면을 피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고물가-고금리 충격에서 벗어난다면 시간의 문제일 뿐 성장 회로가 재가동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 내 온기가 확산 중이지만 중국과 한국은 다소 예외인 듯하다. 만물 랠리 속에서도 중국 주가는 하락했다. 글로벌 자금이 중국에서 이탈하는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됐다. 한국 증시도 11월에는 급등하는 모습이었지만 또다시 박스권에 갇히는 답답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증시 소외현상의 원인은 부동산 부채 리스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자금 지원설이 난무하지만 중국 정부의 과감한 조치가 없다. 무디스가 최근 중국 국가 및 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여기에 기술패권 갈등이 재차 불거진 것도 중국 금융시장에는 악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중국을 제외시키기 위해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인공지능(AI) 관련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 냉전시대 코콤(COCOM·대공산권 수출조정위원회) 도입마저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부채 리스크와 미-중 갈등의 불똥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으로 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홍콩에이치(H)지수의 급락으로 내년 상반기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가뜩이나 경색 위험에 노출된 국내 금융시장이 또 다른 손실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연준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산타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 금융시장에서 산타를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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