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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평등 경험…대공황 때와 비슷”

Summary

1929년 미 대공황 당시 길거리 구직자. 미국 불평등이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커졌다. 길 제공 제1야당 대표 단식, 체포동의안 통과, 지지자들 시위,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한국...

1929년 미 대공황 당시 길거리 구직자. 미국 불평등이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커졌다. 길 제공

제1야당 대표 단식, 체포동의안 통과, 지지자들 시위,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한국에서 벌어지는 극한 정치적 대립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에서 3년 전 폭동으로 의사당이 점거됐고 전직 대통령마저 기소됐다. 상대편을 ‘적’으로 간주하는 적대정치가 팽배한다. 민주주의 위기는 패권경쟁,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와 겹쳐 삶의 불안을 키운다. 오는 11일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 맞춰 위기 원인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세 차례 싣는다. 

가브리엘 쥐크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는 올해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전미경제학회가 매년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40살 이하 미 경제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정교한 탈세 추정과 소득 불평등을 측정한 공로다. 오는 11일 한겨레 주최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는 그를 지난달 11일 화상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브리엘 쥐크만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의 모습. 버클리대 누리집 갈무리

―불평등이 어느 정도 심각한가?

“미 소득 상위 1%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80년대 그 비중이 10%였는데 두 배가 됐다. 대공황(1929년)과 비슷하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평등을 다시 경험하고 있다. 부의 집중은 소득보다 심해 상위 1%가 전체의 40~45%를 차지한다. 40년 새 두 배 늘었다.”

― 불평등 심화의 원인은?

“80년대 ‘시장 근본주의로 전환’이라고 불리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과세 누진 체계 약화, 최저임금 하락, 인프라와 교육에 공적 투자 감소, 정치 기부금 규제 약화 등이다.”

―불평등이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부자들은 예산 배분과 정책 등을 결정할 때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데올로기와 미디어뿐만 아니라 시장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정치·경제적 힘이 집중되면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정치적 선택에 따라 불평등은 달라질 수 있나?

“불평등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졌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정부가 불평등을 완화하고 세계화한 시장에서 통제할 힘도 없다는 쪽으로 시민들이 설득당했다. 하지만 세계화는 다른 형태로 일어날 수 있으며 국가가 정책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속도 차가 크다. 80년대 이후 미 상위 1%의 소득이 두 배 늘었지만 유럽에서는 10%에서 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기술 발전과 국제무역, 세계화 등 외부 요인이 있지만 조세와 시장 규제, 최저임금 등 내부 정책 영향이 더 크다.”

그래프는 80년대 이후 불평등 심화를 보여주고 있다. 2022 세계불평등 보고서 갈무리.

―80 년대 미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레이건 행정부 이전 미 소득세 최고세율은 70% 수준이었는데 80년대 후반 28%로 떨어졌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세율이 5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80년대 이후 미 경제성장률이 둔화했고 불평등은 심화했다. 시민 절반은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세금을 낮춰 성장하면 낙수효과로 고루 혜택이 돌아간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세가 아니라 양질의 교육·보건 서비스와 공공 인프라 제공이다.”

―누진세 강화와 부유세 도입이 필요한가?

“조세 정책이 불평등을 약화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다. 2차 대전 전후처럼 90%대 최고 세율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부자들이 조세를 회피해 부를 축적하고 정치적 힘을 갖고서 돈을 더 버는 악순환은 끊어야 한다. 조세를 회피할 수 없도록 정책을 만들고, 자산세를 매겨야 한다.”

류이근 선임기자, 노영준 보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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