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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거부, 과속, 팁 다 없다”…시각장애인과 로보택시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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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등대’의 섀런 지오비나조(54) 대표가 지난 10월 6일 샌프란시스코 시청 인근 사무실에서 노브 힐로 이동하기 위해 구글 로보택시 ‘웨이...

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등대’의 섀런 지오비나조(54) 대표가 지난 10월 6일 샌프란시스코 시청 인근 사무실에서 노브 힐로 이동하기 위해 구글 로보택시 ‘웨이모’를 호출하고 있다. 지오비나조는 30대에 시력을 대부분 잃은 저시력자로, 안내견 ‘파일럿’ 동반 없이는 혼자서 바깥출입이 어렵다.

한국에서도 안내견을 데리고 타면 택시 기사가 싫어하나요?”

지난달 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가 마켓스트리트에 있는 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등대’(Lighthouse for the blind and visually impaired) 사무실에서 만난 섀런 지오비나조(54) 대표가 물었다. 기자는 “택시뿐 아니라 안내견 동반 출입을 거부하는 식당도 있다”고 답했다. 지오비나조가 말을 이었다.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나 우버, 리프트 등을 이용하려고 하면 10번 중 8번은 거절당해요.” 30대에 시력을 잃은 그는 안내견 ‘파일럿’ 없이는 혼자 이동이 어렵다.

지오비나조와 그의 친구 케틀린 모리스(73)가 인기 관광지 ‘노브 힐’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 가자며 기자의 손을 끌었다. 그들은 ‘웨이모 원’ 앱을 열어 로보택시를 불렀다. 몇 분 뒤, 택시 도착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자 내비게이션과 비슷한 도보 안내 화면이 활성화됐다. 우리는 앱의 음성 안내를 따라 택시로 걸어갔다.

안내견 ‘파일럿’이 구글 웨이모 로보택시 뒷좌석에 올라타 자리를 잡고 있다.

로보택시는 사무실 건물 맞은편 횡단보도 앞에 대기 중이었다. 지오비나조가 택시 뒷좌석 손잡이 근처에 스마트폰을 대자, 손잡이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여니 파일럿이 익숙한 듯 차에 올라탔다. “로보택시는 안내견을 데리고 타든, 큰 화분을 들고 타든 눈 흘기는 기사가 없어 좋아요.” 지오비나조의 말이다.

‘웨이모 원’ 앱에서 샌프란시스코 시청 부근 사무실을 출발지로, 인기 관광지 ‘노브힐’의 카페를 목적지로 설정하자 도보 이동 시간을 포함한 예상 소요 시간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안전벨트를 매 주세요.” 음성 안내 뒤 차가 움직였다. 운전대가 스스로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차를 몰았다.

“무섭지 않냐”고 묻자 케이트는 “로봇은 과속도, 급정거도 안 하니 편안하다. 난 스스로 꽤 안전한 운전자라 여겨 왔는데, 이젠 ‘과연 내가 컴퓨터보다 더 나을까’ 싶다”고 말했다.

구글 웨이모, 지엠(GM) 크루즈 등은 “선입견에 기반해 승객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로보택시의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등대’를 비롯한 장애인·노인 관련 비영리단체 10여곳은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CPUC)에 공개 서한을 보내, 샌프란시스코 시내 일부 지역에서만 허가된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외곽 지역으로도 넓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 서한의 한 대목은 이렇다.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이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이스트벨리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보조 교통수단의 하나로 이용할 수 있게 된 뒤, 수많은 노인과 장애인이 집 밖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됐다. 이 차세대 교통수단이 앞선 그 어떤 것들보다 더 포용적이라는 걸 입증한다.”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 한 대가 지난 10월 5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메이슨 스트리트에 탑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정차를 시도하고 있다.

로보택시는 일반인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는 듯했다. 운전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이나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메이슨 스트리트에서 만난 로렌조(35)는 “기사와 스몰토크(분위기 전환을 위한 사소한 대화)를 안 해도 되고,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피닉스에 사는 교민인 홍희란(33)씨는 “아는 사람이 최근 우버 드라이버 부업을 하던 중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뒤 우버 이용이 꺼려졌다. 로보택시는 밤늦게 이용해도 범죄를 당할 위험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주행 상태나 차내 환경을 탑승객 마음껏 바꿀 수 있는 점도 로보택시의 장점이다. 목적지를 바꾸거나 차량 내 온도를 조절하는 것, 차내 음악 변경 등을 모두 스마트폰 앱 또는 조수석과 뒷좌석 중앙에 하나씩 설치된 스크린 조작으로 가능하다.

물론 “못 미덥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특히 로보택시에 탑재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돌발 상황을 예측해 대응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을 품는 이가 많다. 콜럼버스가에서 만난 토니(60)는 “불을 끄러 가야 하는데 소방차 불빛에 ‘패닉’이 온 로보택시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곤란했던 적이 있다. (로보택시가) 지금보다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소방관으로 일하다 석 달 전 은퇴했다.

무인 로보택시 운행 확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8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CPUC)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F 게티이미지

지난달 2일 밤 로보택시 사고도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교차로에서 음주 차량에 뺑소니를 당해 쓰러져 있던 여성을 로보택시 크루즈가 발견하지 못하고 6m가량을 그대로 끌고 간 사고였다. 캘리포니아주는 사고 뒤 크루즈 운행 허가를 중단했다.

로보택시 운행에 반대하는 시민 모임 ‘세이프 스트리트 리벨’(Safe Street Rebel)의 한 활동가는 “사람이 저지르는 문제를 사람을 제거해 풀려는 로보택시 기업의 접근법은 노인·장애인 등 약자들의 이동권 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면서 “과도하게 높은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버, 리프트(사진) 등 차량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사에게 팁을 지불하겠냐는 팝업이 뜬다. 미국에선 과거 서비스 요금의 10∼15% 수준이던 팁이 코로나19 이후 20%를 넘어서고, 팁 지불이 당연하다는 듯 계산서에 합산 청구하는 경우까지 늘면서 ‘팁플레이션’이 논쟁이 되고 있다. 리프트 앱 화면 갈무리

샌프란시스코·피닉스/글·사진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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