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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재벌 총수 야구장 깜짝 방문과 구단 승률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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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엘지(LG) 회장이 7일 한국시리즈 1차전 케이티(KT)위즈와 엘지(LG)트윈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부터 시작한 프로...

구광모 엘지(LG) 회장이 7일 한국시리즈 1차전 케이티(KT)위즈와 엘지(LG)트윈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부터 시작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 중 하나는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의 잠실야구장 ‘직관’(직접 관람)이었다. 구 회장은 엘지트윈스 야구단의 포스트시즌 진출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김인석 엘지스포츠 대표와 함께 끝까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지켜봤다. 이날 엘지트윈스는 상대인 케이티(KT)위즈에 2-3으로 패했다.

엘지그룹 쪽은 “(구 회장이) 구단주이자 야구팬으로 경기를 관람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엘지그룹 선대회장(1990~2007년)과 구본준 엘엑스(LX)그룹 회장(2008~2018년)을 이은 엘지트윈스의 세 번째 구단주다. 그룹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구 회장이 회장 취임 전에도 야구장을 자주 방문했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1차전에 입은 유광점퍼도 구 회장이 직접 사서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엘지가 수원 방문 경기(3∼4차전)를 잘 마치고 잠실로 돌아오면 (구 회장이) 다시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엘지 총수 일가의 야구사랑은 유별났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0년 엠비시(MBC)청룡 인수를 시작으로 프로야구와 본격적인 연을 맺었다. 구 선대회장은 2군 선수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선수단에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구 선대회장은 1998년 국외 출장 중 다음 한국시리즈 우승 때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며 롤렉스 시계(당시 가격 8000만원)를 사 오기도 했다. 엘지트윈스는 그 뒤로 우승하지 못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2대 구단주였던 구본준 회장도 모교인 부산 경남중에서 야구팀 투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야구 사랑을 떠나 기업 총수로서 야구장 ‘직관’은 구단 성적과 기업 실적이 모두 좋을 때만 누릴 수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재계 관계자는 “구단 성적이 안 좋거나 기업 실적이 안 좋을 땐 스포츠팬이나 외부의 부정적인 이목이 쏠려 오히려 나쁜 이미지만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엘지트윈스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라는 성과를 냈고, 엘지전자와 엘지에너지솔루션도 올해 3분기까지 각각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015년 5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5년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야구를 관람한 뒤 8년째 야구장을 찾지 않았다. 그 사이 야구팀 삼성라이온스의 성적은 저조했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재판을 받는 악재 등이 겹쳤다. 지난해 라이온즈가 13연패로 최악의 성적을 냈을 때 야구팬들 사이엔 “삼성이 스포츠단 지원에 손을 놓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엔씨(NC)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달 26일 에스에스지(SSG)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찾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0%, 89%나 줄었다. 김승현 한화 회장도 2018년 시즌 한화이글스가 정규리그에서 3위를 기록했을 때 야구장을 찾고 그 뒤 발길이 끊겼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프로야구단 운영이 계륵 같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업 임원은 “선수 및 프런트 연봉, 전지훈련비, 원정 숙소 운영비 등으로 한해 400억원 정도가 야구단 운영에 들어간다면, 그 가운데 기업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200억원 정도 받아 충당한다. 많은 돈을 쓰는데도 팀 성적이 떨어지면 비판의 화살이 기업을 향하고, 소속 선수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프로구단 운영은 기업 리스크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2022년 11월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승리해 우승한 SSG 선수단을 대표한 김강민과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우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야구단 운영을 통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려는 시도도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2021년 야구단 에스케이와이번스를 인수한 뒤 2028년 인천 청라지구에 스타필드 복합쇼핑몰과 공연장, 호텔, 돔구장 시설이 결합한 ‘스포츠 복합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정 부회장은 실적 악화 등 이마트 경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홈에서 열린 72경기 중 39경기를 직관하는 등 야구에 열정을 쏟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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