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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미 고금리 시대…‘빚 폭탄’ 터질라 살얼음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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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영끌’로 6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한 40대 한아무개씨. 총 4억원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첫 대출금리가 각각 연 3.05%, 연 4.60%였으나 최근 4.46%와 6.99%까지 치솟은 상태다.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지난해 말 연 7.61%까지 뛰어 타 은행의 6%대 후반 대출로 갈아탔지만 금리는 다시 오름세다. 한씨는 “올해 말쯤엔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면서 버텨왔는데, 예상과 다르면 주택을 처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략 지난 9월 말부터 대두한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H4L) 가능성에 우리 경제에서 당국·가계·기업의 부채 관리 계획도 틀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빚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했던 가계와 기업은 예상보다 긴 고금리 고통에 직면하는 모습이다. 만기 연장 등으로 버텨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우려도 나온다. 미국보다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한국 경제가 고금리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하단은 한달 새 0.090~0.460%포인트 뛰었다. 27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570∼7.173%이며,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4.360∼6.760%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4.650∼6.650%다. 3%대 대출금리 하단이 사라졌으며, 금리 상단은 7%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 금리는 기대출자(변동금리 상품)에게도 적용된다.

가계대출 금리는 6∼7월 다소 내려가는가 싶더니 8월부터 다시 오름세다. 한국은행이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시중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강한 경기 개선 흐름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지난달 21일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지난 19일에는 연 5.00%까지 올랐다. 국내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도 상승세다. 가령 은행채 5년물(AAA, 무보증, 5개 신용평가사 평균) 금리는 5월부터 연 4%대를 돌파하더니 이달 23일 4.797%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만기 도래한 고금리 예적금(10월~연말까지 약 100조원 추산)을 재유치하려고 금융권마다 수신금리를 높이고 은행채 발행도 늘리고 있는데다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위한 가산금리 인상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터라 대출금리는 추가로 떠밀려 계속 올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빚이 많은 가계는 당혹스럽다. 저금리 시기에 ‘영끌’로 집을 마련한 차주들 중에 고금리가 길어지자 더는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16건으로 7년3개월 만에 월별 최대치였다.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영끌족들의 아파트 경매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부동산업계에서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연착륙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처를 올해 9월까지 시행한 데 이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제도도 도입해 자영업자 부채 연착륙을 꾀하는 중이다. 금융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지속적으로 줄면서 올해 6월 말 기준 35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8만3천명 감소했다. 영업 상황이 개선돼 조금씩 빚을 갚기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뜻인데, 고금리가 훨씬 더 길어지면 이런 연착륙도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기업들도 빚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업대출 금리(가중평균금리, 잔액 기준)는 지난 4월 연 5.20%에서 다시 오름세로 바뀌어 9월 5.28%를 나타내고 있다. 이자비용이 발생한 비금융 기업 48만8천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할 능력조차 안 되는 기업 비중은 지난해 42.3%(한국은행 ‘연간 기업경영 분석’)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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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피에프가 결국 터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도 다시 일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리게 된다면 부동산 피에프가 가장 우려된다.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30%보다 더 떨어지면 금융기관이나 피에프에 어려움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부동산 피에프는 당국이 각종 정상화 정책 등을 동원해 부실을 막아왔다. 정부와 채권단이 건설 사업장에 신규 자금, 대출 만기 연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고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일단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200여개 피에프 사업장 중 약 10%는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특히 브리지론의 만기 연장이 대거 진행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브리지론의 55.9%가 1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상태이며, 2회 이상 연장 비중도 19.2%에 이른다. 정부와 채권단들은 내년쯤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면서 대출 만기 연장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금리로 피에프 업황 개선이 지연되면 부실이 결국 터질 수 있다. 비아파트 및 지방 건설 사업장이 위험한 곳으로 꼽힌다.

‘고금리 장기화 추세’가 확연해지면서, 올 들어 3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을 기록한데다가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잠재성장률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내년부터 각종 부실이 표면에 떠오를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5일 “내년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부동산 피에프 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미국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가 새로운 체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장기 구조적 저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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