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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개인 회사라…”식 조직 체계, 카카오에 위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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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해 최고경영진이 줄줄이 시세조종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으면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빠르게 몸집을 불린 데 따른 후폭풍이란 평가가 나온다. 인사...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해 최고경영진이 줄줄이 시세조종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으면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빠르게 몸집을 불린 데 따른 후폭풍이란 평가가 나온다. 인사·법무와 같은 지원조직이 취약하고, 그룹 덩치에 걸맞은 조직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제때 구축하지 못하면서 카카오가 수렁에 빠졌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재벌그룹 중 한 곳이다. 플랫폼 중심의 산업구조 형성과 저금리 환경은 카카오를 순식간에 재계 서열 15위(2023년 기준)로 밀어올렸다. 2019년 대비 2023년 자산총액이 3배로 불어나고 계열사 수가 2배 늘어난 건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의 힘과 저금리 환경에 기댄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빼곤 설명하기 어렵다. 카카오의 현 위기를 ‘성장통’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있는 까닭이다.
2010년 3월 출시된 카카오톡. 카카오 누리집 갈무리

성장통 이상의 위험 징후도 존재한다. 직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영문 이름을 서로 부르는 수평적 조직 문화에 바탕을 둔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계는 ‘그룹 위험’ 또는 ‘지배구조 위험’을 가벼이 여기는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인 예가 케이큐브홀딩스의 공정거래법 위반(금산분리 위배) 사건이다. 이 회사는 김범수 창업자에 이어 카카오를 지배하는 2대 주주(지분율 10.4%, 6월 말 기준)다. 2020년 공시된 사업 목적과 달리 투자 활동을 주업으로 하고 있으며, 김 창업자의 자녀가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때 카카오 쪽은 줄곧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의 영문 이름)의 개인회사여서 실태를 모른다”란 입장만 반복했다.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이 갖는 의미에 대한 주력 계열사(카카오)의 이해 부족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로 이어졌다. 일반 재벌그룹에선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상장기업의 정보가 가장 많이 담기는 사업보고서도 의문을 남기는 내용이 있다. 이 보고서에는 등기(사외이사 포함)·미등기 임원 현황이 기재되는데, 카카오는 미등기 임원으로 17명이 올라가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등기 임원을 한명도 기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경영진 공시의 구체성이 높아졌지만, 임원 명함을 들고 다니는 고위 간부가 적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보면 현재도 정확히 공시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시된 미등기 임원은 보유 주식에 일정 비율 이상 변동이 있을 때 그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자칫 미등기 임원 부실 공시가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아이티(IT) 혁신 기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하면서 기업과 그룹의 조직 체계를 덩치에 걸맞게 갖추지 못한 흔적이 많다. 특히 상장기업은 체계가 부실하면 또 다른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가 조직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어느 정도까지 바꿔내느냐다. 일단 카카오는 최근 계열사 경영전략 조율·지원을 위한 시에이(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측근 중심으로 한 협의체 수준으론 현 상황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굉장히 파격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를 통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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