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경영진 리스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계속되는 ‘경영진 리스크(위험)’에 국내 대표 빅테크 카카오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대응 실패로 ‘127시간 카톡 먹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카카오가 올해 10월 또다시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의 구속이라는 악재를 맞닥뜨리기까지 ‘바람 잘 날 없는 일 년’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2021년 17만원대까지 올랐던 카카오의 주가는 19일 장중 4만450원까지 곤두박질 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14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 카카오의 투자전략을 이끌어오던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의 구속은 ‘카카오의 오늘’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일이다. 그는 지난 2월 카카오와 하이브 사이에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벌어졌을 당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고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에스엠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980년생인 배재현 대표는 2015년 카카오 ‘빅딜팀’에 합류해 올해 투자총괄 대표에 오르기까지 굵직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지휘하며 승승장구해왔다.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래디쉬, 타파스, 에스엠 인수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추진 등 ‘카카오의 굵직한 결정과 실행’을 주도해왔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카카오페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고 현재 카카오 투자총괄 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 기타상무이사, 카카오스타일 기타비상무이사,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 등을 맡고 있다. 카카오 사내이사로 올라선 시점은 에스엠 인수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었던 지난 3월부터다.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는 최근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카톡 먹통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대표는 최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의 차익을 챙긴 사실이 알려졌다.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류영준 대표 등 경영진들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먹튀 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했는데 당시 물러났던 류 대표가 지난해 11월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돼 또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의 재무그룹장(부사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카카오의 최근 주가 추이. 2021년 6월 17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19일 장중 4만45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실적과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1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가 감소했고 2분기에도 33.7% 감소한 1135억원에 그쳤다. 주가는 19일 하루에만 3% 가까이 하락해 장중 4만450원의 신저가를 기록했다. 4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월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이 인력감축에 나서자 카카오 공동체 노조는 “무책임 경영을 규탄한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 계열사까지 보유한 카카오의 주요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까지 타격을 받을 경우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임원 개인의 비위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불법이 이뤄졌다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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