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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AI칩 중국 수출’ 틀어막아…중 “일방적 괴롭힘” 맞불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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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간) 낮은 사양의 인공지능 칩에 대해서도 수출을 제한하는 대중국 추가 규제책을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전격 발표한 대중...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간) 낮은 사양의 인공지능 칩에 대해서도 수출을 제한하는 대중국 추가 규제책을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전격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 규제안은 미-중 패권 경쟁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추가 규제안 발표 직후 미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주가가 장중 한때 8%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3년여간 미·중이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은 점을 염두에 두면 중국 쪽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중국 정부는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란 반응을 내놨다.

추가 규제안은 ‘저성능 인공지능(AI) 칩’도 중국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시킨 게 뼈대다. 지난해 10월 ‘고성능 인공지능 칩’ 수출 규제 뒤 일부 반도체 업체들이 성능을 낮춘 인공지능 칩을 제조해 중국에 판매하고 있는 현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추가 규제 대상이 된 대표 상품은 엔비디아의 A800, H800이다. 이에 따라 저성능 인공지능 칩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존 규제에 대응해온 중국으로선 새로운 대응 전략을 찾아야 한다.

이번 규제안의 성격은 규제 대상이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칩으로만 한정됐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의 칩이 군사용으로 전용되는 길을 차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등에 사용하는 상업용 반도체 칩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브리핑에서 “중요한 인공지능 기술과 첨단 칩에 대한중국군의 접근을 억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번 규제안에는 모기업이 중국이나 마카오, 미국의 무기금수 대상 국가에 소재한 업체도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일부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우회 수출을 막고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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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견제는 2020년 5월 중국 정보기술업체 화웨이에 미국산 부품 공급 금지 조처를 단행한 이후 강도와 내용을 조절해가면서도 지속 중이다. 중국도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 원재료 수출 제한이나 미 업체가 생산한 반도체 활용 제한과 같은 맞불을 차례로 놓으면서 맞서왔다. 이번 추가 규제에 따라 중국 쪽 추가 대응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8일 상무부 누리집에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해 정당한 자기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은 수출 통제 조처를 남용해 일방적인 괴롭힘을 하고 있다”란 글을 게시했다.

미-중 공방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강한 규제는 상대를 옥죌 수 있으나 자국 산업 위축과 기업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당장 미국 업계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어 “일방적 규제는 해외 고객이 다른 곳을 찾도록 유도해 반도체 생태계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단기적으로 재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4.68% 급락 마감한 데서도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가 읽힌다.

이번 규제안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직접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 국내에선 인공지능 칩 자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과 관계자는 “인공지능 칩은 국내 생산이 미미하고, 소비자용 칩은 통제 대상 품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우리 기업들이 신경망처리장치(NPU) 같은 인공지능 칩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의 부품(HBM) 수요도 단기간에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규제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에 영향을 주고, 미국이 파트너국 기업들의 규제 동참을 요청할 땐 국내 반도체 산업이 휘청일 수도 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맞불을 놓거나 미국이 국내 기업에도 수출 규제 동참을 요청하는 등의 위험변수는 상존한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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