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8일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 당시는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로, 지금까지는 알려진 것만 총 5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연합뉴스
“저라고 근저당권이 걸려 있는 집이 불안하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이 이 주변에 100채 넘게 보유한 자산가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집주인이 이 빚(근저당) 못 갚으면 어쩌냐고 불안해하니, ‘혹시 경매로 넘어가도 시세를 볼때 보증금은 무난히 돌려받을 정도’라고 설득했고요. 중개사만 철썩 같이 믿었는데….”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김아무개씨·32살)
9일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지난 8월24일∼9월17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1579가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 집인데도 전세 계약을 한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응답가구(762가구)의 86.7%(661가구)가 ‘공인중개사 등 제3자의 설득·기망’을 이유로 꼽았다. ㄱ씨처럼 매물을 보여준 중개사가 임대인의 재력, 유명세, 직업 등을 앞세워 안전 매물이라고 설득했거나,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거짓·과장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수사기관과 정부의 전세사기 수사·조사 결과 건축주·분양대행사 등과 짜고 바지 임대인이나 임차인을 끌어들인 뒤 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공인중개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왔다.
중복 응답이 가능했던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가구의 40.9%(312가구)는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집을 찾을 수 없어서’를 계약 이유로 답했다. 또 40.7%(310가구)는 ‘정확한 매매가와 전세가 시세를 알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80%가 넘는 ‘깡통주택’인데도 전세계약을 맺은 이유에 대해서도, 이 항목 응답가구(316가구) 중에 ‘공인중개사 등 제3자의 설득·기망’을 꼽은 피해가구가 73.1%(231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정확한 시세를 알 수 없어서’가 63.9%(202가구)였고, ‘전세가율이 80% 미만인 집을 찾을 수 없어서’도 41.1%(130가구)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 전세사기 피해자 박아무개씨(34살)는 “피해 가구 대부분이 전세가율이 천정부지로 솟던 2021∼2022년 전세계약을 했다”라며 “전세사기는 당시 빌라 전셋집을 구했던 누구나 당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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